롯데가 모빌리티 플랫폼 분야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이번 쏘카 지분 인수를 발판 삼아 모빌리티 공유와 경로 검색·예약·결제, 차량 정비,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등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롯데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모빌리티 주력 키우는 롯데이번 지분 인수는 롯데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2위 업체(그린카)가 1위 업체에 투자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쏘카는 카셰어링(차량 공유) 부문 국내 선두로,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시간에 차량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고, 자동차 시동도 걸고 끌 수 있어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된 코로나 시국에 급성장했다. 롯데렌탈은 국내 1위 렌터카 사업자이지만, 오프라인 영업망이 중심이다. 롯데렌탈과 쏘카가 결합하면 온·오프라인 망을 갖추게 된다. 그린카와 쏘카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고 향후 세차, 차량정비 등으로 영역 확대도 가능하다.
롯데는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인 포티투닷과 협업하는 등 모빌리티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쏘카가 롯데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쏘카는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와 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을 운영하는 나인투원을 이미 인수하고, 자체 앱에서 활용이 가능한 모든 이동 수단을 예약하게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모빌리티업계에선 롯데가 선제적으로 지분 투자를 단행한 뒤 쏘카의 경영권 인수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쏘카는 지난해 타다를 매각한 뒤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된 상태다. 롯데가 쏘카를 품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 SK그룹의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빅3’ 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신동빈 회장의 신사업 공략롯데는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외부 투자를 통해 사세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1위 인테리어 회사인 한샘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충전기 회사인 중앙제어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올 들어선 3134억원을 들여 한국미니스톱도 사들였다.
최근 확장 행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올초 열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사장단 회의)’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고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문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몇 년간 M&A 거래에서 기관투자가로 나서는 등 과거와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영권 확보에 집중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난다면 소수 지분 인수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쏘카는 올 상반기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청구한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이달께 나올 예정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1호 모빌리티 상장사가 되며, 상장 후 기업 가치는 2조~3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김채연/김종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