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2021년 국내 인수합병(M&A) 법률자문 분야에서 실적 1위에 올랐다. 10년차 이내 변호사 중 가장 촉망받는 ‘라이징 스타(떠오르는 별)’에는 권구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꼽혔다. 지난해 M&A시장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상위 10위권에 오른 변호사들이 모두 2조원 규모 이상의 거래를 자문하는 등 법률시장도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태평양 윤성조, M&A 자문 정상에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국내 로펌의 지난해 M&A 자문 실적(경영권 거래·발표 기준)을 집계한 결과 11년차 이상 시니어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파워 변호사 부문’에서 윤 변호사가 총 13건, 9조9075억원 규모의 거래를 맡아 1위를 차지했다.
윤 변호사는 태평양 내에서 불리는 별명이 ‘닉 퓨리’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어벤져스 군단을 이끄는 수장 이름에서 따왔다. 본인의 업무를 해내면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평소엔 조용한 성격이지만 협상장에선 격하게 상대방과 토론하는 ‘파이터’로 돌변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윤 변호사는 지난해 인수 경쟁이 치열했던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 M&A에서 인수 측인 이마트 측을 자문했다. 글로벌 거래인 데다 매각 측인 이베이와 인수 측인 이마트 모두 상장회사인 만큼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판단이 요구된 거래로 꼽힌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국 현지 로펌과 협상을 진행하며 성공적인 인수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 매각(2조10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8500억원) 등 굵직한 제조업 부문 거래는 물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의 잡코리아 인수(9000억원),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매각(1조원) 등 플랫폼 분야에 이르기까지 두루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2위에는 12건, 7조3475억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한 박종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올랐다. 매년 파워변호사 집계에서 상위권에 단골손님으로 꼽히는 박 변호사는 디티알오토모티브가 사운을 걸고 ‘베팅’한 두산공작기계 인수(3조5000억원) 자문을 도왔다. 국내 신생 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글로벌 진출 도전으로 화제가 된 테일러메이드 인수(1조9000억원)도 그의 손을 거쳤다.PEF 전문 변호사 전성시대문호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박 변호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문 변호사는 14건, 6조8306억원 규모 거래를 자문했다.
그는 꼼꼼하면서도 부지런한 업무 스타일로 의뢰인 사이에서 ‘농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뛰어난 지략과 성실함을 갖춘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스타일이라는 이유에서다. 넷마블의 2조5000억원 규모 빅딜인 스핀엑스 인수를 도왔고 하이퍼커넥트, 잡코리아 매각에서 활약했다.
상위권인 1·2·3위를 차지한 변호사들이 모두 PEF 자문에 특화한 점이 최근 M&A 동향을 드러내는 특징으로 꼽힌다. 1위를 차지한 윤 변호사는 2014년부터 태평양 내에서 PEF 팀을 총괄해 이끌고 있고, 문 변호사는 광장의 PEF 팀장 업무를 맡고 있다. 박 변호사도 김앤장 M&A그룹 내에서 PEF를 자문하는 대표적인 변호사다. 지난 한 해 집계된 전체 거래 1028건 중 약 32%인 335건이 PEF가 참여한 거래일 정도로 해당 시장이 호황을 보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4위와 5위에는 정혜성 세종 변호사와 윤용준 광장 변호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정 변호사는 미국 시그나그룹의 한국 라이나생명을 포함한 자산 매각을 자문해 순위권에 진입했다. 윤 변호사는 대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 크린토피아 M&A 등에 참여했다.라이징 스타 1위 권구범10년차 이하 주니어 변호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라이징스타 부문에서는 권 변호사가 왕좌에 올랐다. 대우건설과 휴젤, SK TNS 등 21건, 7조1772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공시키며 1위를 차지했다. 이베이코리아, 잡코리아, 요기요 등 대형 M&A에 참여한 석희재 태평양 변호사가 2위로 뒤를 이었다. 안희성 김앤장 변호사가 테일러메이드, 한샘 거래 등에 참여해 3위를 차지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