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관심 사라진 삼성전자…증권가 "다시 볼 때 됐다"

입력 2022-03-06 17:17
수정 2022-03-14 15:06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올 들어 뚝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24일 8만800원까지 반등에 성공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이어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악재로 부상했다.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전망 빠르게 상향되는데…올 들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대비 9% 하락한 7만1500원, SK하이닉스는 5% 내린 12만4500원에 머물러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4일(현지시간) 8.15% 급락하면서 연초보다 12% 하락한 상태다.

특이한 것은 주가는 하락세인데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짓눌렀던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기옥시아가 함께 운영하는 일본 낸드플래시 공장이 원재료 오염 문제로 약 한 달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 노광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네온 가스의 세계 최대 공급처가 우크라이나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 때의 경험으로 우크라이나산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산 비중을 높이면서 대비해 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반도체를 미리 쟁여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반등 예상 시점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즈는 지난 2일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D램 고정거래 가격도 올 2분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주요 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이 줄줄이 꺾이는 가운데 반도체는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59조원, SK하이닉스는 16조원으로 전망된다. 각각 지난해 대비 14%, 30% 늘어난 수치다. 제자리걸음 주가…“하락폭 지나치다”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로 금리 인상과 전쟁을 꼽았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지면서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꺾이고 있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맞물렸다.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예고한 대규모 서버 투자도 미뤄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기업의 주가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전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이 비메모리였다면, 올해는 메모리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전문위원은 “올해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비메모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