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수도권 1기 신도시 표심을 잡기 위해 각종 개발 공약을 쏟아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용적률을 최대 500%로 올리는 등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약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증가하고 있다. 새 정부가 도시정비 사업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수도권 노후 단지의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활발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성남 분당,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및 리모델링 추진 모임 형성이 잇따르고 있다. 분당은 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등 시범단지와 상록마을 우성, 한솔마을 한일, 파크타운 서한·삼익·롯데·대림 등이 ‘분당 재건축연합회’에 참여했다. 지난달엔 산본 내 조합·추진위 18개 단지가 모여 리모델링연합회를 발족했다. 안양 평촌에서도 21개 리모델링 단지가 모여 연합회를 꾸린 바 있다.
199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에선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운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1991년 9월 시범단지가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한 분당에는 총 136개 단지, 9만4600가구가 들어섰다. 일산 134개 단지(6만3100가구), 평촌 54개 단지(4만1400가구) 등이 조성돼 1996년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추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입주 30년이 넘은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는 지난해 10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꾸렸다. 1기 신도시 중 처음이다. 시범단지는 삼성한신(1781가구) 우성(1874가구) 한양(2419가구) 현대(1695가구) 등 총 7769가구 규모다.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도 최근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일산에선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아파트’와 ‘강선마을14단지 두산아파트’ 등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신청했다. ‘강선12단지’ ‘장성2단지’ ‘후곡11·12단지’ 등도 연내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안양 평촌신도시에선 ‘목련2단지’ ‘목련3단지’ 등이 리모델링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군포 산본신도시에선 △7단지 우륵 △3단지 율곡 △13단지 개나리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분당에선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 착공을 앞둔 단지도 있다.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는 오는 6월 이주를 시작하고 이르면 연내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분당 ‘무지개마을4단지’도 4~5월 이주 및 분담금 확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연 뒤 착공 시기를 연말 혹은 내년 초로 저울질하고 있다. “용적률 높이겠다” 공약 쏟아져1기 신도시는 대부분 중층(15층) 이상인 데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현재로선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분당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은 184%이고 나머지 도시도 200% 안팎이다. 기존 용적률이 높으면 추가 용적률을 확보하더라도 일반분양 가구수를 늘려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공약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과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고 리모델링 가구수 증가 및 수직증축을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공약으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토지 용도 변경 및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비 과정에서 이사 수요가 몰려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이주전용단지’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1기 신도시에 거주 중인 세입자에게 일반분양 우선청약권이나 임대주택 입주권 등을 제공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들어 1기 신도시 정비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기 신도시 정비는 수도권 주택 공급의 주요 수단”이라며 “새 정부 출범과 재건축 연한 30년이 겹치면서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수도권 1기 신도시 현황과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에서 “1기 신도시는 계획도시라는 특성을 고려해 산발적인 단지 중심의 정비로는 도시 전반의 기능 향상에 한계가 있다”며 “도시 단위 재정비 계획에 따라 순환식 개발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