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미 갈등에 과학기술은 강조…경기 둔화에 기후변화 대응은 후퇴

입력 2022-03-06 12:16
수정 2022-04-04 00:01

미국과의 갈등 속에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는 중국이 '기술 자립'을 다시 강조했다. 반면 시진징 국가주석의 주요 대외 어젠다인 기후변화 대응에는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해 산업을 최적화하겠다"며 "기초 연구 10년 계획을 실시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디지털 정보 인프라와 5세대 통신(5G) 규모화를 통해 산업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혁신과 공급 능력을 향상하겠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과학기술형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비율 확대(75%→100%), 기초 연구에 대한 세제 혜택, 설비 기구 감가상각비 개선, 정보기술(IT) 기업 소득세 우대 등을 제시했다.

중국 당국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관련 예산도 지난해보다 7.2% 늘렸다. 중국 재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과학예산으로 1조417억위안(약 200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과학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했다.

한편 중국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예년과 달리 '에너지 집약도'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에너지 집약도는 국내총생산(GDP)를 창출할 때 투입되는 에너지의 소비량으로 보통 '1000달러 당 석유환산t(석유 1t의 발열량)'으로 표기한다.

중국은 지난해 에너지 집약도를 3%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올해는 작년 전인대에서 확정했던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에 제시된 목표를 따르되 적당한 탄력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차 5개년 계획의 에너지 집약도 감축 목표는 총 13.5%다.

중국이 올해 연간 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후순위로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주석이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이후 기후변화 대응은 '공동부유'와 함께 경제 정책의 양대 기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탄소배출 저감 정책은 작년 가을 대규모 전력난을 초래하는 등 산업 현장에 혼란을 일으켰다.

중국이 올해 에너지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에너지 수급 안정 도모가 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보다 더욱 중요하게 부상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