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룰' 전격 폐지…달라질 2040년 서울의 모습[더 머니이스트-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입력 2022-03-07 06:47
수정 2022-03-07 16:33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서울의 미래를 제시하는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먼저 '보행일상권(도보 30분 자립생활권)'은 하나의 도시안에서 개발정도가 제각각인 현황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번화가와 비번화가, 일자리가 많아 직주근접이 되는 곳과 안되는 지역, 교통이 편리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 등의 차이가 있다면 집값도 그만큼 벌어집니다. 보행일상권이 도입되면 서울 안에서 이런 격차가 줄어들 것입니다.

수변 중심의 '공간재편'도 '보행일상권'과 연결됩니다. 지금도 한강변을 따라 다수의 공원이 있지만, 한강 인근에 사는 주민이 아니면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강의 소하천·지류·4대 지천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서울 전역 개인들이 주거지 인근에서 기존의 한강공원과 유사한 '수변친화 생활공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저녁에 잠깐 집근처의 수변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이 것이 지역개발화 활성화로 연결됩니다.

'중심지 기능 강화'는 그동안 서울 구도심(광화문이나 종로 등)의 개발이 정체된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심의 확장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고밀개발이 적용되면 수직방향으로, 인접 지역으로 중심지 기능이 확산되면 수평방향으로 확장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구도심의 성장저하는 그간 세계의 주요 도시들과 비교되며 지적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경직된 도시계획 대전환(Beyond Zoning)'은 서울형 신(新) 용도지역체계의 도입과 35층 규제의 폐지가 주된 내용입니다. 기존 용도지역체계는 각 용도지역별로 용적률 등이 달리 적용됩니다. 이런 용도지역체계 개편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제시될지 기대됩니다.

2014년부터 적용된 '35층 룰'이 폐지되면 다양한 설계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종전의 용적률이 유지된다면 한강조망권 등을 살리는 설계안이 적용되면서 건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경축의 확보도 유사한 맥락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간 고밀개발의 폐해로 예상되면 '병풍아파트'나 '홍콩아파트' 같은 결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주거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우리는 2009년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 한강변 아파트의 층수를 높여 멋있는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것은 주목적이 아니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한강공원에 인접한 아파트들로부터 공공기여(기부채납)을 통해 한강변을 개발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대신, 이들 아파트들에게 층수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재건축아파트의 층수제한 폐지가 그만큼의 공공기여로 상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활성화를 언급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저해요소가 여전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상철도의 지하화'는 검토가능한 사안이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청사진 제시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가용예산에 제약이 있다면 기존 구간의 지하화에 앞서, 현재 서울에서 계획은 됐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못한 여러 경전철 라인처럼, 상대적으로 교통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먼저 실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합니다. 기존 전철을 지하화하는 것과 신규 지하철노선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을 동시에 병행하면 좋겠지만, 만약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종합하면 종전의 여러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이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갖는 의의가 큽니다. 아무쪼록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청사진으로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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