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빚으로 버텼다, 기업·자영업 대출 373兆 늘어

입력 2022-03-04 17:16
수정 2022-03-14 15:39

기업·자영업자의 빚이 코로나19를 겪은 최근 2년 새 373조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형편이 어려워진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지난해 말 예금취급기관의 기업·자영업자 대출금은 1580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7조1000억원(13.4%) 증가했다. 작년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말 기업·자영업자 대출금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말(1207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372조9000억원 불었다.

자영업자의 빚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비법인기업(자영업자)의 예금은행 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말 436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8조1000억원 늘었다. 작년 증가 폭은 2020년(48조6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최근 2년 새 86조7000억원 불었다. 비법인기업은 개인이 기업을 100% 소유하는 일종의 사업 조직으로 통상 자영업자를 말한다.

업종별로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서비스업 대출은 지난해 말 1027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46조4000억원 늘었다. 서비스업 가운데 부동산업(잔액 332조7000억원)과 도·소매업(234조6000억원)이 전년 말보다 각각 44조3000억원, 36조6000억원 증가했다. 모두 연간 증가 폭으로 사상 최대다. 코로나19로 가계가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서비스업과 자영업자의 실적이 악화됐다. 현금 창출력이 나빠진 서비스 업체와 자영업자가 원재료 구매와 직원 급여 등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기업·자영업자의 이자 비용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부도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40.9%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