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 해답은 '기업 성적표'에 있다

입력 2022-03-04 17:15
수정 2022-03-04 23:50
“허리 몇 입죠? 32인치? 바지 하나를 사더라도 따질 게 많은데, 점수 하나로 아이의 미래를 정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명대사와 명장면이 많다. 전직 조종사로 현재 농사를 짓는 쿠퍼가 아들 톰의 학교에서 학부모 상담을 하던 중 교사에게 한 말이다. 교사가 열다섯 살 톰의 시험점수를 언급하며 톰이 대학에 들어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하자 따져묻는 장면이다.

교사와 쿠퍼의 주장을 좀 더 들여다보자. 교사는 대학 진학이라는 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가 시험점수라고 봤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다른 것들은 볼 필요 없이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버지 쿠퍼의 생각은 다르다. 시험점수만으로 예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엔 위의 대사만 나오지만 우리는 아버지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지금은 시험점수가 좋지 않지만 노력하면 나아질 수도 있고, 다른 방법을 찾아서 부족한 시험점수를 보완할 수도 있을 텐데, 멋대로 아이의 미래를 단정해 기를 죽이는 것에 아버지로선 화가 났을 것이다.

이 상황을 주식투자로 옮겨서 생각해 보자.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할 종목의 향후 주가를 교사처럼 예측할 수도 있고 쿠퍼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전자는 시험점수처럼 철저하게 실적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변수들보다는 실적이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생각해 실적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와 달리 후자는 여러 변수를 함께 고려하는 식이다. 당장의 실적뿐 아니라 금리수준, 경기동향, 시장 수급상황, 해당 종목의 ‘포텐’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영화에서와 달리 주식투자에서는 전자가 후자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핵심 변수에 집중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와 후자는 투자 스타일의 차이일 뿐 어느 한 쪽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두 가지 스타일의 비중을 시장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후자보다는 전자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금리 상승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인 만큼 핵심 변수인 실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에선 실적 개선 종목을 추천하는 분석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중 최근엔 K배터리 분석이 눈길을 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K배터리가 유럽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성장축을 확보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 투자의 적기”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연구원은 “2027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배터리 업체들 시가총액이 메모리 반도체를 웃돌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성의 경우 지난해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큰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선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고객사 수요가 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50만원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삼성SDI에 알루미늄박 공급을 시작하면서 배터리 사업이 성장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DI동일은 미국 알루미늄박 생산라인의 규모나 증설 완료 시기 등이 확정되면 주가에 가장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어느 때보다 투자자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스텔라의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라는 명대사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답을 찾아내는 투자자가 많기를 응원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