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오른 박셀바이오, 전문가들은 갸우뚱?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입력 2022-03-05 08:26
수정 2022-03-05 08:33
<i>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i>

2월 28일~3월 4일 주간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크게 받은 종목은 박셀바이오입니다.

4일에만 전 거래일 대비 23.92%오르며 4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주일 간 상승률은 34.8%(3만4200원→4만6100원)입니다.

박셀바이오는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입니다. NK세포는 몸 속 면역세포입니다. '암 세포 공격수' 역할을 하죠. 똘똘한 NK세포를 몸 속에 충분히 넣어줘 암 세포를 제거하겠다는 게 NK세포치료제의 기본 개념입니다.


4일 박셀바이오 주가를 20% 넘게 밀어올린 표면적(?) 재료는 임상용 NK세포치료제 제조 방법 변경 신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박셀바이오는 후보물질 'Vax-NK/HCC'로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임상 2a상 중입니다. 1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4명의 완전관해(CR) 사례가 나왔던 물질입니다.

2a상에서는 하루 1회 5일 투여했던 1상과 달리, 5회 투여 후 한 달 후 다시 5번을 투여합니다.

2018년 5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작년 말까지 총 8명에게 투여가 완료됐습니다. 2020년 2월 첫 투여가 이뤄졌고요.

박셀바이오는 임상에 쓸 NK세포치료제 제조 방법을 바꾸겠다고 식약처에 신청을 했고, 이날 식약처가 이를 승인했습니다. 임상 2a상 도중 제조 방법을 바꾼 임상약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2a상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제조 방법 변경을 식약처와 논의해 왔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1세대 NK세포치료제 단점을 극복하고 더 높은 생산효율을 갖춘 2세대 NK세포치료제를 임상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고 시장이 여기에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1세대 제조 방식은 NK세포를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당일 제조해야 했지만, 2세대는 냉동 보관이 가능해 시간과 거리 제약이 없다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효율이 더 좋다는 겁니다.

주가는 여기에 반응했지만, 정작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날 뉴스가 주가를 과연 20% 이상 상승시킬 요인이었는지에는 의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애널리스는 "오히려 '변경 신청'은 통상 부정적 뉴스"라며 "굳이 기존대로 하면 되는 임상을 중단하고 방법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박셀바이오의 '핫한' 주가 반응을 의외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 승인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며 주가가 급락했던 메드팩토(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 용량 감소 신청 불승인), 큐라클(당뇨병성 신증 임상 3상 IND 승인 반려) 등의 사례가 있었던 터라,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박셀바이오의 주가가 급반등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바이오주를 비롯한 주식 투자가 주목을 못 받는 상황에서 그나마 식약처를 상대로 회사가 계획한 승인을 받아내자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한 주간 가장 많이 빠진 종목은 제테마입니다. 주초(2만1500원)보다 8.84% 낮은 1만9600원에 한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히알루론산 필러 등을 생산하는 제테마 주가 하락은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중국 사업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테마는 중국 화둥닝보를 현지 파트너사로 삼아 '제테마더톡신' 공급 계약을 2020년 8월 체결했었는데, 최근 화둥닝보 최대주주인 화둥제약에 경영권 분쟁이 터진 여파로 이 회사가 청산됐습니다.

이에 따라 계약도 해지됐죠. 10년 간 4억5900달러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이었습니다. 이는 지난달 25일 공시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28일 또 다른 파트너사인 화둥에스테틱스와 같은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날 주가는 이 소식에 6.97%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호재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8일 반짝 상승 후 내리 3거래일을 하락했습니다. 4일에는 5.31% 하락하며 1만96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안 좋을 땐 호재가 부각되는 만큼, 악재도 부각된다"고 했습니다.

제테마 관계자는 "중국에서 보툴리툼 톡신 임상 3상 개시 준비를 마쳤고, 2026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