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글로벌 영향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하이브를 비롯해 SM, YG엔터테인먼트까지 줄줄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배출한 하이브는 가요 기획사 최초로 연 매출 1조를 달성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 매출 1조 257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8%나 증가한 수치로, 굴지의 가요 기획사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영업이익은 1903억 원으로 30.8% 증가했다.
SM과 YG 역시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달성했다. SM은 지난해 연 매출 7015억 원을 냈다. 특히 영업익이 954.1%나 뛴 685억 원을 기록하면서 당기 순이익 1234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YG는 지난해 매출액 3556억 원, 영업익 506억 원으로 각각 39.3%, 370.4%씩 증가했다. 이 또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두 회사는 호실적에 힘입어 배당도 실시한다. SM은 창사 이래 첫 배당으로, 주당 200원씩 배당할 예정이며, 배당금 총액은 46억8000만 원이다.
2019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후 배당을 멈췄던 YG는 3년 만에 재개, 주당 25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팬데믹 속에서도 가요 기획사들의 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단연 주요 아티스트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브는 지난해 공연 매출이 4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80.5%나 방탄소년단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콘서트의 성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방탄소년단의 LA 콘서트는 오프라인 매출만 400억 원을 기록, 유튜브 시어터와 온라인 스트리밍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앨범 판매량도 방탄소년단 740만 장, 세븐틴 370만 장, 투모로우바이투게더 180만 장, 엔하이픈 220만 장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18%나 증가했다.
SM에서는 NCT와 에스파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SM은 매출 증대의 원인으로 음반 판매 호조 등에 따른 본업 실적 개선을 강조했다. 실제로 SM은 지난해 1762만1000여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전년 대비 약 2배를 기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NCT 127 및 NCT 드림의 팬덤 효과가 두드러지며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압도적 수준의 음반 판매량을 보인 NCT 및 NCT 127, NCT 드림은 콘서트로 활동을 확장해 본격적인 수익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올해 역시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YG도 블랙핑크 로제, 리사의 성공적인 솔로 활동에 힘입어 매출 및 영업익의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직접 참여형 매출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LA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방탄소년단은 재빠르게 서울 콘서트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예고했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되며 글로벌 팬덤의 높은 관심도를 증명해냈다. 이 밖에도 3월 레드벨벳 서울 공연, 4월 트와이스 일본 공연, NCT 일본 공연 등이 예정된 상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에 목 말라 있던 팬덤의 화력이 티켓 구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앨범 판매량이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오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이미 상향된 앨범 판매량 기준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본업에 '플러스알파'로 기획사들은 신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주요 가요 기획사들은 지난해부터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NFT 사업의 토대를 다져왔다. 팬데믹을 겪으며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간접 참여형 매출의 중요성,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 등이 결합하며 신사업 준비에 가속이 붙었다. 그 결과가 올해 팬들에 공개될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 팬은 10년 새 17배나 늘어 무려 1억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K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지닌 외국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시점에서 이들을 '우리 가수'에 열성적인 코어 팬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F는 "디지털 시대에 온·오프라인 상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는 한류 팬덤을 와해할 만한 잠재적 위험 요인들을 사회·문화·역사·정치·외교적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전략 대응 방안을 수립할 필요성도 지적된다"라면서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편으로 강해지고 있는 만큼 지나친 상업성이나 문화 제국주의 같은 비호감 요인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요구된다"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