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에도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가 오른 탓에 주택 매매거래가 얼어붙은 결과로 풀이된다.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2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1월 말(707조6895억원) 대비 1조7522억원 감소했다. 이는 2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국은행이 예금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합산한 자료에 따르면, 2개월 연속 감소세는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657억원 감소한 506조65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2월(-9467억원) 이후 약 5년 만이다. 통상 2월은 신학기를 앞둔 이사철인 만큼,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는 주택거래가 얼어붙은 결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332건으로 지난해 2월(3843건)보다 90% 이상 줄었다. 올해 1월과 비교해도 30% 넘게 감소한 수준이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감소세는 확연하다. 1월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4만1709건으로, 2013년 7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택 매매 거래가 침체된 배경은 주담대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고, 연내 1~2회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이에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도 연 4%를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40%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었다는 점도 신규 차주들에겐 부담이다.
앞으로도 대출금리 상승세가 예상되는 만큼, 가계대출의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5%로, 2013년 4월(3.86%)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1월 주택담보대출 신규금리를 따져보면, 주택구입자들이 신규로 돈을 빌려 집을 사기에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