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 중이라는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다. 이같은 정황은 지난해 8월 이후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지난 1월 모라토리엄(핵실험·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정 유예) 폐기를 시사한 북한이 핵 활동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3일(현지시간) 상업 위성 사진 분석 결과 “5㎿급 원자로 건물과 인근의 터빈 등 여러 지원 건물에 최근 눈이 녹아있는데 이는 이 시설들이 가동 중인 것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우라늄과 플루토늄 모두 생산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는 김정은이 전에 언급한 핵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전쟁괴수인 미국에 맞서는 조선혁명의 특수성과 지정학적 특성은 핵무력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38노스는 5㎿e급 원자로를 가동하는 시설 지붕의 눈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녹아 있는 모습을 가동 정황으로 판단했다. 원자로와 터빈 등 지원 건물 외의 다른 건물들의 지붕에는 흰 눈이 뒤덮여 있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해 발생한 열 증기로 해당 시설만 눈이 녹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지난달 13일 “원심분리기 설치 공간에 육불화우라늄을 넣고 빼는 공급소와 통제실을 포함하는 부분에 눈이 녹았다”며 “이곳은 시설이 가동 중일 때만 가열된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대북 제재 완전 해제를 조건으로 전면 폐쇄하겠다고 한 시설이다. 미국은 당시 영변 외 다른 핵시설 비핵화도 요구했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영변 핵시설은 이후 2년여간 가동이 멈춘 것으로 분석됐지만 IAEA가 지난해 8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재가동 정황을 공식 보고한 이후 약 7개월째 계속해서 가동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38노스는 이번 위성사진에는 영변 핵시설 일부 지역에선 도로의 눈이 제설된 흔적도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영변에서 관측된 활동은 핵분열 물질 생산 및 추가 확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실험용 경수로가 가동되는 것이라면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