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10배 피해' 경고에…환율 1212원까지 뜀박질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2-03-04 11:17
수정 2022-03-04 16:28

4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12원까지 치솟았다.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아 원전(사진)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불이 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치가 부각된 결과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이날 오전에 "화재가 발생한 자포리아 원전이 파괴되면 체르노빌의 10배 이상의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3원40전 오른 달러당 1208원 출발한 환율은 자포리아 원전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1210원을 뚫고 올라갔다. 오전 한때 1212원70전까지 치솟은 환율은 오전 11시 현재 1210~1211원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이날 장중 고가 수준으로 마감할 경우 6월 22일(1215원80전) 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반영된 결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의 트미트로 오를로프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새벽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신호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내리지 않으면 향후 회의에서 그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반기에(later this year) 대차대조표 축소(Balance Sheet run-off)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Fed가 시중에 국채를 매각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QT)을 하반기부터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은 "1월 FOMC 이후 발표된 높은 물가와 양호한 고용지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Fed가 양적긴축을 보다 조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양적긴축과 관련해 3월이나 5월 FOMC에서 월간 긴축 규모와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매각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210원 선이 뚫린 환율은 단기 고점으로 1230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210원 저항선이 뚫리면 1230원선까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