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러시아 손절'에 "삼성전자도 압박"…현지 1위인데 어쩌나

입력 2022-03-04 09:43
수정 2022-03-04 09:45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애플의 결정이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수석애널리스트 벤 우드는 애플의 이같은 움직임이 삼성전자 등 경쟁 업체들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드는 "그들(애플)이 공식 선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문제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무어인사이트앤드스트래티지의 수석애널리스트 안셸 새그도 애플의 조치로 인해 "다른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러시아 판매 중단을) 따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애플은 지난 1일 러시아에서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외 지역의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관영 매체 러시아투데이(RT), 스푸트니크 뉴스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플의 이번 결정은 상대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15% 정도다. 애플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32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것으로 추산되며 러시아 현지에 오프라인 애플스토어도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1위다.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33.2%에 달한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신형 갤럭시S22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현지 생산 공장도 가동 중이다.

러시아가 애플의 주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이번 조치는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드는 "그들(애플)의 사업은 너무나 광대해 회복력이 강하다"며 "애플이 그 정도 매출을 놓치는 것은 경영에 파멸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경쟁사 중 일부는 러시아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우드는 지적했다. 또한 애플을 비롯한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보이콧' 현상은 화웨이, 샤오미 등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 기업들에겐 반사이익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