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기여도와 환경 기여도, 어디에 우선하나
기름에 부과된 세금을 흔히 유류세로 부른다. 그런데 '유류세'는 기름 종류에 부과된 세금의 통칭일 뿐 항목별로 들어가면 용도와 목적이 모두 분리돼 있다. 먼저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 1ℓ에는 일종의 오염자부담원칙 개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돼 있다. 동력을 만들고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일종의 정화 비용이다. 그래서 휘발유 기준 475원, 경유는 340원이 법률에 고정 명시됐지만 기재부가 30% 이내의 범위에서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놨다. 비록 징벌적(?) 과세지만 국민들의 가계 경제 상황에 따라 휘발유 기준 최저 332원에서 최고 617원까지 탄력적으로 정하는 셈이다. 최근 정부의 유류세 20% 인하도 해당 범위 내에서 조정했는데 인하에 앞서 10% 인상을 유지했던 만큼 20%를 내려도 결과적으로는 명시된 세금 475원의 10% 가량만 인하됐다.
이렇게 거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말 그대로 교통, 에너지, 환경 부문에 사용된다. 전기차도 환경 개선으로 여기는 만큼 보조금도 큰 틀에선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충당되는 형국이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 2020년 13조9,000억원이 징수됐다. 기름 사용량 감소에 따라 2017년 15조5,000억원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드는 중이다.
-기름에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변화 필요해
이외 기름에는 교육 부문의 사용을 목적으로 교육세도 부과된다. 교육세법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를 교육세로 부과하고 있다.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가 ℓ당 423원인 만큼 교육세는 63원이 부과되며 기름 부문의 연간 교육세는 2조400억원 가량이다(2020 국세청 통계연감). 이는 국가가 곳곳에서 만들어내는 전체 교육세의 절반에 해당되는 막대한 비중이다. 한 마디로 기름이 많이 팔릴수록 교육에 필요한 재원도 늘어나는 셈이다.
교육세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활용된다면 주행세는 지방세법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의 36%로 정해져 있다. 법률에 명시된 정확한 표현은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이며 줄여서 ‘자동차세’라 표시된다.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세와 이름은 같지만 기름에 부과된다는 점에서 흔히 ‘주행세’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주행세 또한 필요할 경우 30% 이내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한 만큼 최저 25%에서 최대 46%까지 부과할 수 있으며 현재는 26%인 110원 가량이 적용되는 중이다. 세금을 징수하는 주체가 행정안전부인 만큼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되는데 최근 일부 자치단체는 전기차 등록 보유 세금(자동차세)이 내연기관 대비 월등히 적다는 점에서 주행세를 높여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게 갖가지 법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가 모두 산출되고 이들 금액에 정유사가 실제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을 합치면 공급가격이 되고, 여기에 국가가 거둬가는 부가세 10%를 추가하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이 된다. 그리고 주유소는 이 금액에 ℓ당 일정 이익금을 붙여 소비자에게 되판다. 현재 부가세는 150원 정도 수준인데 정유사 판매 가격에 연동되는 만큼 국제 유가는 물론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율이 바뀌면 부가세도 늘거나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국제 기름 값이 지나치게 높아 국민들의 실질 부담이 커지면 정부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조정해 여파를 낮추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는 7월까지 연장된 교통에너지환경세 인하다. 이런 이유로 기름 1ℓ는 탄소 배출의 책망을 받으면서도 국가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만들어내는 세금 효자(?) 항목으로 불린다. 세금 기여도 측면에선 상당한 역할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반면 전기차는 환경 기여도가 높다는 점에서 세금을 감면하고 구매할 때 보조금도 준다. 게다가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연료) 1㎾에는 부가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제외하면 세금도 없다. 따라서 전기차 비중이 증가할수록 국가 세입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한 셈이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등록에서 전기차 비중이 30%를 넘으면 세입은 최대 85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그래서 수송 부문의 에너지세제 개편은 뒷북보다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탄소 배출 감축 차원에서 연료가 전기로 빠르게 전환되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한 마디로 기름에 부과된 일부 세목을 전기로 옮길지, 아니면 줄어드는 유류세를 다른 곳에서 보전할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어떻게 바뀌어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체감하는 연료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단순히 1ℓ와 1㎾h의 물리적 차이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선 세금 기여도와 환경 기여도의 충돌이니 말이다. 그리고 현대기아차가 최근 2030년까지 연간 30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에너지세제 개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 것 같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