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이재명 "역사와 국민 믿고 민생·통합의 길 걷겠다"

입력 2022-03-03 17:00
수정 2022-03-04 01:4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발표 후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민생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를 직접 비판하는 대신 민생과 통합을 강조하며 ‘준비된 경제 대통령’ 기조로 선거를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李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 후보는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순택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하고 나온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철수 후보와 별도로 접촉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야권 단일화에 대해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야합”이라고 맹공을 편 것과는 대비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단일화를 비판하면 오히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를 줄 수 있다”며 “공격은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이 담당하고, 이 후보는 공약과 메시지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거 마지막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런 모습은 유세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유세에 전날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후보와 함께 등장해 지지를 호소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아닌, 국민의 힘과 지혜를 한군데로 모으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서 정치교체를 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정치를 끝내고 소수 정당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의 정치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을 확실하게 개선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할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이재명의 인수위(원회)는 코로나19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고, 이재명은 위기 극복 총사령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후보는 지지 연설에서 “이제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운동화끈을 단단히 매고 달려가겠다”며 “저와 새로운물결은 모든 걸 바쳐 이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고 했다. 김 전 후보는 자신과 이 후보의 단일화를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와 비교하며 “저와 이 후보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며, 함께 대한민국의 비전을 만들어나가고 정치교체와 경제위기 극복을 설계할 것”이라며 “보수 진영의 단일화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여성표 구애…“구조적 성차별 존재해”이 후보는 서울 종로에선 여성 유권자를 겨냥해 집중 유세했다. 이전 다른 유세에서 코로나19 극복, 경제성장, 정치 현안 등을 언급한 것과 달리 이 유세에선 여성 관련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에 차별과 혐오, 편가르기가 횡행한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녀와 지역, 세대를 나누는 구태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저는 (윤 후보와 달리)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남녀가 평등하게 사회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양성 평등 나라를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유세 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데이트폭력 처벌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고, 성범죄 양형 감경 요소를 개선하고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찰청 내 디지털 성범죄 전담수사대를 설치하고, 변형 카메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특별 유세는 여성 유권자층이 잠재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부동층이라는 민주당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20대 남자와 3040세대 여성층이 전체 부동층의 70%”라며 “여성 혹은 청년들이 좋아할 소재를 던지는 선거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4일 오전 9시 서울 소공동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선대위는 밝혔다. 이 후보는 당초 강원 속초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유세하려고 했지만 이날 일정을 바꿨다. 상징성과 언론의 관심을 고려해 사전투표 장소를 서울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