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인플레를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런 상황에서 투자할 만한 ‘인플레 방어 자산’으로 채권형펀드나 원자재, 리츠(REITs), 물가연동채권, 금 등을 꼽았다.
김정열 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인플레 시기엔 글로벌 은행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뱅크론 펀드’나 원자재 등이 유망할 것”이라며 “뱅크론 펀드는 극단적 지정학적 위기만 없다면, 원자재 펀드는 공급망 회복이 가시화될 때 인플레 방어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부동산 자산을 담은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는 경기만 확 나빠지지 않는다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격 하락분을 쿠폰 인상으로 녹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높아진 변동성으로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주가연계증권(ELS)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 전문위원은 “ELS는 전통적인 인플레 방어 상품은 아니지만 최근 연 5~6%대로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섹션 팀장은 “안전자산으로서 금 매력이 부각돼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추격 매수를 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제 금 시세는 트로이온스당 1942.9달러로 한 달 전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
반면 허도경 신한PWM목동센터 PB팀장은 “저가 분할 매수로 리스크를 낮추되 거래비용이 높은 골드바보다는 금통장(골드뱅킹) 등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한수연 우리은행 강남TCE센터 부지점장도 “금과 달러는 최악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유하는 게 좋다”며 “미국 ETF에 투자하면서 환 변동에 오픈된 ‘언헤지’ 상품을 선택하면 달러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