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드론 하나면…이 구역 취미부자

입력 2022-03-03 16:55
수정 2022-03-04 02:24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만 봐도 그렇다. 날개를 만들어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으나 촛농이 태양의 열기에 녹아 버려 끝내 추락했다는 이카로스(Icaros)의 이야기가 나온다. 상공을 가로지르는 새를 ‘자유’라든지 ‘이상’으로 표현한 저명한 시(詩)도 많다.

그래서일까. 역사를 돌아보면 무언가를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라도 비행을 즐기려는 시도가 많았다. 우리나라 민속놀이 중엔 ‘연날리기’가 있다. 연날리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연을 날리는 사람의 솜씨는 물론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연의 비행은 제각각이다. 날고 싶은 욕망을 연에 실었을 뿐 갈증은 해소되지 못한다.

새의 조망으로 세상을 관찰하려는 인간의 꿈은 드디어 드론을 통해 가능해졌다. ‘무인비행기’인 드론은 조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드론이 스스로 평형을 잡아 조종이 어렵지 않다. 카메라와 센서, 통신시스템 등이 달려 새처럼 공중에서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원하는 높이에서 원하는 각도로 담을 수도 있다.

센서나 장비를 조금만 바꾸면 드론의 쓰임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해진다. 때로는 재빠른 비행체가 되고, 뛰어난 카메라가 되고, 스포츠 장비가 된다. 과거 군사용에 한정됐던 드론이 일반인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 이유다.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올해 43조2000억원에서 2026년엔 90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드론은 이젠 취미용 장난감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드론에 고화질 촬영기기가 장착되면서 셀카(셀프카메라)족, 키덜트(키드+어덜트)족에게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길이 없는 절벽도, 험난한 산도, 높은 하늘도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레저산업도 덩달아 성장하는 추세다. 레이싱부터 축구, 배구, 낚시 등 인간이 즐기던 스포츠를 드론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인간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한 드론, 우리의 삶까지 바꿔놓는 시대가 됐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