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키겠다"…우크라로 달려간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원들

입력 2022-03-02 19:32
수정 2022-03-02 19:39

민간 오케스트라인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우크라이나 단원들이 고국을 지키러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가에겐 국경은 없지만, 고국은 있었다.

2일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따르면 악단에서 연주 활동을 펼쳤던 우크라이나 출신 단원 셋이 자원입대를 위해 우크라이나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악단에 입단해 20년 동안 악단과 함께한 콘트라베이시스트 주친 드미트로(47)와 2016년 입단한 트럼페터 마트비옌코 코스탄틴(52), 2015년 악단에 합류한 비올리스트 레우 켈레르(51)가 그 주인공이다.

셋 모두 키이우(키예프) 국립음악원 출신으로 20년동안 악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온 드미트로가 둘 에게 악단 가입을 권하며 한국에서 뭉쳤다. 드미트로는 지난 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신년음악회를 마치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지키려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코스탄틴과 켈레르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듣고선 고국행 항공권을 곧장 끊었다.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드미트로는) 20년을 가까이 함께 연주하며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한국인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단원들이었다"며 "피붙이 같은 단원이 전장에서 총을 쥔 사진을 보니 안타까워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1988년 창단된 민간 오케스트라다. 30여년 가까이 대중 친화적인 공연을 3000여회 넘게 선보여왔다. 총 72명 단원 중에 외국인 단원들이 20명에 달할 정도로 다국적 연주자들이 뭉친 오케스트라다. 하 감독은 "러시아 출신 단원도 속해 있지만 음악으로 국적을 초월해 하나처럼 연주해왔다"며 "단원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무사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