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공급기업(CP)들도 데이터 전송망 투자를 분담할 책임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내외 통신사가 함께 CP의 망 투자 필요성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정한 최초 사례다.
1일(현지시간) 통신업계에 따르면 GSMA는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MWC 2022’ 개막에 맞춰 이사회를 열어 GSMA 산하 정책 부문 스터디그룹이 제출한 글로벌 CP의 망 투자 비용 분담안 보고서를 승인했다. 지금까지는 통신사업자만 하던 망 투자에 글로벌 CP도 동참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GSMA에 따르면 이동통신 기준 세계 트래픽의 40%가 소수 글로벌 CP에 의해 발생한다. 그간 통신사들은 트래픽이 늘면 일반 이용자의 통신요금을 재원으로 망을 증설했다. 이는 사실상 절대다수의 일반 이용자가 낸 돈으로 소수의 ‘헤비 유저(대용량 이용자)’와 CP 간 데이터 거래를 떠받치는 구조라는 게 통신업계의 지적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GSMA 이사회는 CP들의 망 투자비용 분담에 대해 세 가지 구체안을 논의했다. 국가별로 정부가 주도해 관리하는 망관리기금을 조성해 CP가 참여하는 안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이 같은 내용이 실현되면 일반 이용자의 통신요금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GSMA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효력이나 구속력은 없다. 각국의 관련 법안 제정과 실행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해서다. 한국에선 국회와 정부 안팎에서 글로벌 CP들에 망 이용 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