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등에서 고가 주택을 매매하면서 편법 증여나 법인자금 유용 등 각종 위법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30대가 77억원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64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부모로부터 증여받거나, 소득이 없는 고등학생이 57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신고된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7만6107건) 중 이상 거래 7780건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 위법 의심 거래 3787건(48.6%)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편법증여 의심 사례가 2248건(59.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은 계약일 거짓 신고(646건), 대출용도 외 유용(46건), 주택 가격을 높이거나 낮춰 신고한 업·다운계약(22건), 법인자금 유용(11건), 법인 명의신탁(3건), 불법전매(2건) 등의 순이었다.
편법증여는 30대(1269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다. 30대 A씨는 서울 용산구의 고급 아파트 매수금 77억5000만원 가운데 64억원을 불법 증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성년자인 B씨(17)는 서울 아파트를 약 57억원에 매수하면서 최소 14억원을 부모로부터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미성년자 중에는 5세 어린이가 부산 아파트를 약 14억원에 매수하면서 조부모로부터 5억원을 편법 증여받은 사례도 있었다. 편법증여 의심 거래는 국세청에 통보돼 혐의가 입증되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받게 된다.
20대 C씨는 부친의 지인으로부터 서울 아파트를 약 11억원에 매수하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C씨 대신 그의 부친이 채무 인수 등 모든 조건에 합의했고, C씨는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 사례를 명의신탁 의심 사례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고가 주택의 위법 의심 거래 대다수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됐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