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게 1위인 넥슨은 지난해 2월 전 직원 연봉을 한 번에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정보기술(IT)업계의 임금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도화선이었다. 넥슨이 전 직원 평균 연봉을 단번에 13%나 올리는 파격적인 대우에 나서자 넷마블·컴투스·펄어비스(800만원), 조이시티(1000만원), 엔씨소프트(1300만원), 크래프톤(2000만원) 등이 줄줄이 연봉 인상 대열에 뛰어들었고, ‘플랫폼 공룡’들까지 가세했다. 네이버는 직원 3253명에게 3624억원 규모 스톡옵션을 지급했고, 카카오는 2506명에게 총 539억원 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도미노 임금 인상은 IT 기업들이 개발자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증한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발(發) 임금 인상이 가속화한 탓이다. IT 대기업들의 인재 싹쓸이 현상이 심해지면서 기술 인력이 급한 스타트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개발자 부족은 IT업계 전체의 난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반면 인력 공급은 32만4000명으로 전망돼 약 3만 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균형이 개발자 임금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직방은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 올렸고, 리디는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영세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인력 유출을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실정이다.
스타트업 A사는 지난해 개발자 10명 중 8명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남은 2명의 개발자도 경력이 짧은 ‘주니어’급이다. 새로 인력을 채용했으나 5년 이상 경력 개발자는 구하지 못했다. A사 대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개발자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이라 스타트업으로 데려올 유인이 거의 없다”며 “젊은 개발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져 임금 외 비전으로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대기업들의 추가 임금 인상은 스타트업에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확장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임금 인상에 쓸 돈이 없고, 스타트업 사업의 주역인 개발자들을 데리고 오지 못하면 사업 진행이 안 된다”며 “이것도 저것도 못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