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환매 중단 속출…투자 자금 1600억원 묶이나

입력 2022-03-02 17:53
수정 2022-03-03 01:55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 관련 펀드들이 줄줄이 환매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올 들어 40% 넘는 손실을 낸 1600억원 규모의 러시아펀드가 전쟁 여파로 발까지 묶이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이번 환매 중단 조치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 손실만 41% … 환매도 막혔다한화자산운용은 2일 한화러시아펀드 신규 설정과 환매를 중단하기로 2일 결정하고 판매사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한화러시아펀드는 국내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러시아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크다(약 590억원). JP모간의 러시아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으로 펀드의 러시아 투자 비중은 90% 수준이다. 러시아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종목은 56.6%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지난달 28일 환매를 신청한 사람도 환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2월 24일 청구분부터 환매를 중지할 수 있으나 고객편의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시장이나 해외 증권시장의 폐장·휴장 또는 거래정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집합투자재산을 처분할 수 없는 경우 운용사가 펀드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등을 포함한 여러 제재 조치가 내려지고 있는 데다 러시아 정부 역시 지난달 28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러시아 증권 매도를 금지하고 나선 상태다.

이날 한화자산운용을 비롯해 신한, 키움자산운용 등이 동시에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신한러시아펀드를 비롯한 총 4개 펀드의 환매 및 신규 설정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판매사에 전달했다. 키움자산운용도 ‘키움 러시아 익스플로러’ ‘키움 Eastern Europe’ 펀드에 대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KB러시아 대표성장주펀드에 대한 환매를 연기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총 9개로, 전체 설정액은 1628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진 본토 주식만 거래 중지 상태지만 다른 나라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 주식도 거래 정지되면 러시아펀드 환매 지연 이슈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펀드 수익률도 휘청이고 있다. 총 9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1.38%다. 신한더드림러시아펀드의 경우 손실률이 44.66%에 달했다. ○증권사, 러시아 종목 거래 제한국내 증권사들도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종목에 대해 거래 중단 결정을 내렸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각 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들의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한 여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공지를 통해 “미국자산관리통제국(OFAC)의 제재 조치로 미국에 상장된 러시아 종목의 거래가 제한됐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리스트 외에도 주문이 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가 중단된 종목은 치안, 메첼, MTS, 얀덱스, 오존홀딩스, 넥스터스, 키위다. 거래가 중단된 종목은 모든 증권사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