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리스트는 아쿠쉬네트 컴퍼니가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다. 191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아쿠쉬네트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창업자 필 영(사진)은 지역 명칭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는 영어로 우승자의 지위나 자격을 뜻하는 ‘title’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ist’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아쿠쉬네트 창업자 필 영의 의지와 자신감이 묻어난다. 필기체 로고는 필 영이 당시 떠오른 이 브랜드명을 옆에 있던 비서 헬렌 로빈슨이 받아 적은 것을 그대로 따서 90년 가까이 쓰고 있다.
아쿠쉬네트는 ‘열정적인 골퍼’로부터 탄생한 회사다. 필 영은 원래는 고무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했다. 수준급 골퍼였던 그는 잘 쳤다고 생각한 공이 들어가지 않자 공의 성능을 의심했다. 치과의사 친구의 병원에 있던 엑스레이로 공을 찍어봤고, 공 내부의 코어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그는 학교 동문이자 고무 전문가인 프레드 보머를 초빙해 1932년부터 골프공 개발에 들어갔다. 3년 뒤인 1935년 첫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세상에 내놨다.
타이틀리스트와 함께 아쿠쉬네트의 양대 축 역할을 하는 브랜드인 FJ(풋조이)는 아쿠쉬네트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5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일반 구두와 작업용 부츠를 생산하던 신발회사였다. 미국 남북전쟁이 발발했을 때 두 발에 맞춘 교정화를 디자인했고, 북부 군인들을 위한 교정 군화를 생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골프에도 아쿠쉬네트보다 빠른 1910년에 발을 들였다. 골프에 관심 있던 당시 FJ 오너는 접지력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디자이너들은 신발 바닥에 못을 박는 형태로 신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FJ 골프화이자 스파이크 골프화의 시초가 됐다. 이후 본격적인 골프화 생산에 들어간 FJ는 1927년 미국과 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출전한 미국팀에 공식적으로 골프화를 제공하면서 세계 최고 골프화 메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1985년 아쿠쉬네트에 합류하면서 골프업계 선두 주자 간의 만남이 완성됐다.
아쿠쉬네트는 1990년대 골프계의 살아 있는 장인을 연달아 영입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퍼터 명장 스카티 캐머런이 1994년 아쿠쉬네트에 합류했고, 1996년에는 웨지 명장 밥 보키까지 손을 잡으면서 ‘드림팀’을 완성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