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응급구조사를 여러 차례 폭행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응급환자이송업체 대표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살인 및 근로기준법 위반(근로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사설 응급환자이송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24일 오후 1시24분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소속 직원인 응급구조사 B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가 구급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시작한 뒤, 자신에게 폭행을 당해 B씨가 잘 걷지 못하자 "연기를 한다"며 계속 폭행을 이어갔다.
약 12시간 동안 지속된 폭행으로 A씨는 갈비뼈가 골절됐고 심한 출혈로 외상성 쇼크 상태에 빠져 점차 기력과 의식을 잃어갔지만 A씨는 B씨를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방치한 채 자신은 숙직실에서 치킨을 시켜 먹고 잠을 자는 등 7시간을 넘게 그대로 뒀다.
아침에 잠을 깬 A씨는 사무실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B씨를 1시간가량 더 방치해 뒀다가 간이침대에 눕혀 사설구급차로 옮겼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이동할 때까지 B씨를 구급차에 그대로 방치했으며 결국 A씨는 외상성 쇼크의 기전을 포함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심지어 A씨가 119에 신고한 건 B씨가 사망한지 7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A씨에게 살인 혐의 유죄를 인정,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했다.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복종하며 일을 하게 할 의도로 폭행했을 뿐 살인의 동기는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8번의 폭력 전과가 있는 A씨가 점차 폭행의 강도를 높여 동일한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폭행했고, 피해자가 아픈 척 연기를 했다는 말을 하도록 시킨 뒤 이를 촬영하는 등 범행방법이 대담하고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관련 "피고인은 피해자 외에도 주변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피고인의 배우자나 직원들도 피고인을 두려워해 이 사건 살인 범행을 제지하지 못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출소 이후 재범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사회적 유대관계가 미약해 보이고, 피고인의 성행교정과 재범방지를 위해서도 사회공동체로 복귀한 이후 이 사건 부착명령과 같은 부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심 법원과 대법원 역시 이 같은 1심 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A씨는 상고심에서 자신이 자수를 했는데도 형을 감경하지 않은 2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자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음에 불과해 원심이 자수감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것이 아니므로, 자수감경을 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