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남짓인데 정부와 여당이 산업재해 관련 입법을 또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건설안전특별법(약칭 건안법)’이 그것이다. 당장 건설업계는 이중, 삼중의 과잉규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건안법은 건설 단계별로 각 주체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위반 시 형사책임을 묻는 게 골자다. 건설공사에서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자 발생 시 발주자부터 설계·시공·감리자 등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건안법은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크다. 우선 이 법안의 상당 부분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나 중대재해법과 겹쳐 중복 입법과 이중 처벌 소지가 다분하다. 산안법은 산재사망 때 책임자를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각각 부과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건설사 193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85%가 건안법 제정에 반대한 이유도 기존 법들과 중복돼 별도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처벌 대상을 불합리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은 기존 산재 관련 법령에서 책임을 묻지 않는 발주자를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발주자는 건설 시공을 주도·총괄·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산안법은 물론 중대재해법에서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건안법이 적용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날 게 불보듯 뻔하다. 시공자의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 발생 시 영업정지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가혹한 처벌 수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서는 과잉금지를 위한 비례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업(業)의 특성상 산재 사고를 뿌리뽑기 힘든 건설업계는 이미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법만 180개나 된다. 이런 실정에서 특별법까지 만들어 기업을 옥죄는 것은 처벌 만능주의에 다름 아니다. 법이 없어서 산재 사고가 일어나는 게 아니다. 안전의식 강화와 안전관리 시스템 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