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소홀땐 신용등급 깎인다…건설·정유·시멘트 업계 '긴장'

입력 2022-03-01 17:48
수정 2022-03-02 00:5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소홀한 기업은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 평가 기준을 개정하면서 ESG 관련 요인을 적극 반영하고 있어서다.

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중순 주요 산업별 신용평가 방법론을 개정한다. ESG 위험 노출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정성적 평가 항목에 ESG 관련 요인을 집어넣기로 했다. 기존 평가 방법론의 사업 항목 평가 요인 중 영업효율성 지표를 외부 환경 대응능력 지표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새 방법론을 적용하면 선제적으로 친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인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신용평가사들은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에 방점을 두고 기업을 평가해왔다. 주요 기업도 ESG와 신용평가 이슈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ESG와 관련한 각국 정부의 규제망이 촘촘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탄소중립, 산업안전 등 ESG 이슈를 고려하지 않으면 기업 신용도를 측정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업은 ESG 중 S(사회)에 해당하는 품질과 안전관리가 핵심 이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업종 기업이 벌금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기존 사업 항목 평가 중 공사물량 확보 능력에 ‘품질 및 안전관리 역량’을 반영하기로 했다.

시멘트 분야는 E(환경)와 관련한 규제가 강화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사업 항목 평가 요인에 ‘화석 에너지(유연탄) 사용량 감축’ 등을 새롭게 포함시키기로 했다. 유연탄 의존도, 탄소배출권 매입 규모 등에 따라 시멘트기업의 신용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해운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해운업체들은 연료유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를 써왔다. 벙커C유는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비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사업 항목 평가 요인 중 운항 효율성·안정성 항목에 ‘환경 규제에 대응한 기술 보완’을 추가할 예정이다.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에선 한국기업평가를 시작으로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평가방법론에 ESG 관련 요인의 가중치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평가방법론 개정 과정에서도 ESG 관련 평가 요인을 더 구체화하고 정량화해 지속해서 반영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