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물가상승률 3.6%라지만…실제론 더 심각한 인플레

입력 2022-03-01 17:13
수정 2022-03-02 01:05
올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5%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폭은 5.1%였다. 한국의 1월 물가 상승률은 3.6%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계 및 기업이 받는 피해도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별로 물가 통계에 반영되는 구성 품목과 품목별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거비다. 미국은 전체 물가 통계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이른다. 독일(21%)과 일본(18%) 등 대부분의 선진국도 20% 안팎의 비중으로 주거비를 물가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주거비 비율이 10%에도 못 미친다. 매매가 상승분을 자가주거비로 환산해 반영하는 미국 등과 달리 전·월세 가격만 물가 통계 대상에 올라서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과 달리 한국의 물가 통계에는 지난해 급등한 주택 가격이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22%가량 뛴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통계 시스템 개편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물가 통계 산정방식을 수정하며 9.3%이던 전·월세 비중을 9.8%로 상향 조정했을 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가주거비 등도 새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물가에 연동된 지표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며 “개별 기업의 임금 상승률부터 소주 및 막걸리 가격, 각종 복지 수당까지 소비자물가와 연동되는 만큼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건비 상승폭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배달비 등이 물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체감하는 것에 비해 명목 임금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생활 패턴 및 소비자 수요 변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폭을 반영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