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의무고용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기업의 장애인 채용은 여전한 난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작년 장애인 상시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한 기업은 전체의 4.3% 수준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기업 중 약 33%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 구직을 원하는 장애인들도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브이드림은 이런 장애인 채용의 어려움을 돕고 기업과 장애인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장애인 인사관리(HR)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36)는 지난달 28일 “적절한 업무를 찾아주고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 장애인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5종의 장애 중 발달·지적장애를 제외하면 인지기능은 비장애인과 같아 물리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면 되고, 나머지 두 분야 장애인들도 훈련을 거치면 할 수 있는 업무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2018년 설립된 브이드림은 장애인 채용 및 근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돕는다. 회사는 그간 축적해 온 장애유형별, 기업 업종별 데이터를 토대로 직무를 추천한다. 난이도에 따라 초·중·고급으로 나눠 사무직, 디자인, 데이터 기록, 정산 등 12개 분야에서 300여 개의 직무를 분류해놨다. 취직 후에는 노무 문제와 직장 적응을 위한 심리상담까지 한다. 이를 장애인 구직자에게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자체 직무교육도 한다. ‘교육이 곧 투자’라는 브이드림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입사 이후엔 자체 제작한 재택플랫폼 ‘플립’을 이용해 출퇴근 기록, 업무일지, 소통, 일정 공유 등을 지원한다.
최근엔 고객사인 와이즈넛과 함께 플립과 연동한 메타버스 사무실을 구축했다. 회사에 출근하고 싶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직원들을 고려한 아이디어다. 링크에 접속해 ‘출근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신을 나타내는 아바타를 통해 3D로 구현된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다. 전자결재와 화상회의 기능도 있어 동료, 상사 등과의 소통이 편하다.
브이드림은 현재 롯데그룹, 야놀자 등 3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누적 장애인 채용자 수는 3000여 명에 이른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의무고용 부담금을 줄이려 우리를 찾은 기업들이 이제는 더 많은 장애인 인력을 연결해 달라고 한다”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기업 에어사운드에 투자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에어사운드의 STT(음성-문자 전환), TTS(문자-음성 전환) 기술을 ‘플립’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미술대학을 나와 IT기업 대외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의무 고용률 미달 기업이 내는 장애인고용부담금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게다가 이미 장애인 친구의 구직을 도운 경험이 있던 터였다. 양쪽에 모두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계기다.
창업 후 1년 반 만인 2019년 김기사 랩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최근엔 비에이파트너스를 포함한 벤처캐피털(VC)로부터 74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원을 넘는다.
브이드림의 목표는 종합 장애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올해는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관계기관, 기업 등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김 대표는 “장애인 직원에 대한 편견을 깨는 정도를 넘어 분야별 스타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