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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엑소더스(대탈출)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에너지기업, 자동차기업 및 소비재기업들은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뒤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소비자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강도가 세지면서 루블 가치가 폭락하고 지정학적 위험도 확대되자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을 이어갈 유인도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에너지기업 쉘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기업 가즈프롬과의 합작사업을 중단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가즈프롬이 주도하는 러시아 사할린-2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서 쉘은 2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쉘은 가즈프롬과의 합작회사(Salym Petroleum Development)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쉘은 또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에서도 손을 떼겠다고 했다. 러시아 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영국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앞서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지분 19.75%를 처분하겠다고 발표했고 노르웨이 에너지회사 에퀴노르도 러시아 합작법인 지분 처분 및 신규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자동차회사들도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독일 다임러트럭은 러시아 카마즈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임러트럭의 부품을 써서 카마즈가 러시아 군용차를 제조한다는 비판이 일어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유하고 있는 카마즈 지분(지분율 15%)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스웨덴 볼보도 당분간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볼보의 최대주주는 중국 지리자동차다. 폭스바겐은 아우디 등의 러시아 판매를 중지했다. 프랑스 르노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할리데이비슨도 러시아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기업들에게 러시아는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2015년까지 러시아에서 판매 신차 대수는 독일 시장 수준인 280만대로 늘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 정치·경제적 악재가 이어지며 지난해 러시아 시장 규모는 167만대(판매 신차 대수 기준)로 감소했다.
미국 월트디즈니는 러시아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냈다. 우크라이나영화아카데미(UFA)가 지난 주말 러시아 영화시장 보이콧을 촉구한 이후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가 호응한 첫 사례다. 미국 로펌 베이커맥킨지는 러시아 고객들에게 자문 등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고 영국 로펌 링클레이터스도 러시아 관련 업무를 유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