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부품 조달이 끊기면서 독일 공장 2곳을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연간 3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독일 츠비카우 공장 조립 라인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드레스덴 공장은 이달 1~3일 각각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급받는 와이어링 하네스(자동차 배선 뭉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난달 24일이 돼서야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사내 공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서부에 많은 공급 업체가 있다. 공급망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북아프리카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츠비카우 공장은 폭스바겐 최대 전기차 생산기지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주로 생산한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이후 가동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판매 1위 르노는 최근 일부 공장 가동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르노그룹 계열사이자 러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아브토바즈는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지연 문제라고만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관련 언급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르노는 2012년 러시아 현지 완성차 업체 아브토바즈를 인수하면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르노그룹은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 39.5%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차량 약 23만대를 생산했다.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한 자체 생산분과 수출 물량을 더해 지난해 기아 20만6000대, 현대차 17만2000대 등 총 38만대 가까이 판매했다. 르노에 이어 현지 시장점유율 2위다.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는 3만8161대, 기아는 5만1869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전체 수출 물량 중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은 4.5%가량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일부 은행들에 금융 제재를 가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러시아로의 대금 결제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증권가에선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현대차·기아의 손해액이 약 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