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맘때면 봄이 오는 냄새가 느껴진다. 지난 30년 동안 몸담았던 학교의 캠퍼스는 개강을 하는 3월 초면 새 학기의 희망들로 봄의 생기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제자들에게 시야를 넓혀 세상을 보고 연결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에 대해 늘 강조하곤 했다. 이는 과거 특별한 나의 경험 때문이다. 피란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나를 돕기 위해 머나먼 곳에서 기도와 후원으로 응원했던 미국인 에드나 어머니. 내가 교수가 된 후에도 조건 없이 무려 45년간 매달 15달러를 보내주신 에드나 어머니를 보며 지구마을 안에 나와 연결된 사람이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그 경험들이 나도 누군가에게 연결된 존재로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다. 그래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지난해 월드비전에 와서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듣게 됐을 때 나는 그동안 정의 내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제자들에게 늘 했던 이야기가 ‘세계시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제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결된 지구마을을 인식하고, 지구 공동의 이슈에 대해 이해하며 또 해결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행동하는 세계시민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세계시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세계시민학교. 건물도, 교실도 없이 15년 전 문을 연 이 학교는 전국에 약 500만 명의 졸업생을 두고 있다.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간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런 전염병뿐 아니라 기후위기, 불평등, 분쟁 등은 누가 혼자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우리가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 우리 지구마을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되곤 한다. 아무리 열심히 공을 차올려 골대에 넣고 싶어도 기울어져 있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골을 넣을 수 있는 정의롭지 못한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많은 아이가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풍성한 삶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이 구조를 바로잡아 우리가 연결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답은 우리 사회가 서로 연결된 세계시민이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이런 세계시민이 존재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보다 포용적이고, 정의로우며,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지구는 모든 시민의 행동과 참여로 만들 수 있다. 이제 학교와 교실은 더 이상 경계가 없다. 교실 속 교육을 넘어 더 큰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시민이 자라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