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캠퍼스. 40만㎡ 부지에 1255㎡ 규모의 4층짜리 건물 한 동만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건설 자재가 곳곳에 쌓여 있고, 흙더미를 실은 덤프트럭도 연신 오갔다. 임시로 설치한 울타리는 학생들이 사용할 통학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국내 첫 에너지 분야 특성화대학인 한전공대가 3월 2일 개교식을 열고 정식 출범한다. 축구장 48개 면적에 캠퍼스를 조성하는 공사는 지난해 6월 시작돼 이제 겨우 본관동 하나만 만들어졌다. 정부가 국내 에너지 클러스터의 본산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하면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공사는 2025년에야 끝난다.
학생 선발은 마무리했다. 한전공대는 수시·정시모집을 통해 ‘에너지공학부’ 1학년 학생 110명을 뽑았다. 선발 당시 90명을 뽑는 수시모집에 2000명이 넘는 학생이 몰려서 한전공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증명했다. 학생 전원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최첨단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창업과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한 덕이다.
한전도 자사 출신 직원이 에너지공대 ‘낙하산’으로 가는 길을 원천 차단하는 등 세계 일류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료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거둔 윤의준 전 서울대 연구처장을 총장에 발탁했다. 미국 코넬텍,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처럼 실전형 인재 양성이 목표다. 한전 관계자는 “대학을 중심으로 대형 연구시설과 연계해 국내 최대 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전공대를 둘러싼 계속된 잡음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 설립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작년 3월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한전공대특별법’까지 제정해 올해 개교를 밀어붙였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교수진도 100명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48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연구동, 강의동, 도서관, 학생회관, 기숙사 등도 2025년 완공된다. 이때까지 학생들은 리모델링한 인근 골프텔에서 지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2031년까지 투자비·운영비로 1조60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을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가 낸다. 전력구입비 상승 등으로 한전의 올해 적자는 최대 20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46조원에 이른다.
부영그룹은 전라남도와 함께 대학 부지 40만㎡를 한전공대에 기부했다. 대신 대학 부지로 제공하고 남은 잔여 부지에 5328가구가 들어서는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짓기로 했다.
나주=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