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행본은 160권이 넘는다. 그런데도 출간 속도가 느려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신작부터 초기작, 개정판, 오디오북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 처음 출간된 《조인계획》(현대문학·사진)은 그의 1989년 초기작이다. ‘조인(鳥人)’이라 불리는 스물두 살의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 아키라가 합숙훈련 도중 의문의 죽임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포츠와 과학을 아우르는 지식을 바탕으로 놀라운 트릭과 반전을 선사하는 한편 ‘인간성과 맞바꾼 승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패배보다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허상의 어릿광대》(재인)는 천재 물리학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포함해 총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정판도 올 들어 벌써 세 권째 나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몽환화》(비채)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네 건의 살인 사건을 쫓는 이야기다. 에도 시대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볼 수 없는 노란 나팔꽃을 단서로 이야기는 옛날 역사로까지 이어진다. 소미미디어는 2017년 펴낸 《눈보라 체이스》를 10만 부 기념판으로 재출간한 데 이어 2016년 씨엘북스에서 나온 《백은의 잭》 개정판을 내놨다. 출판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질풍론도》도 새로운 번역으로 개정판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윌라는 히가시노의 30년 전 단편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을 오디오북으로 출간했다.
히가시노의 소설은 추리적 요소를 가미했지만 어렵지 않아서 대중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많아 그의 작품 출간 경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