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열된 오피스텔 시장의 다운계약 등 위법 거래를 집중 조사한다. 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른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시장에 가수요가 몰리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가 시장 교란 행위와 관련해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 시장을 정조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거래정보분석기획단은 서울 등 수도권 오피스텔 분양권 다운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정밀 조사를 하고 있다. 4월께 조사를 마치고 위법계약을 한 매도자 및 매수자들에 대해 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에서 불법거래를 자진신고하면 과태료를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분양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와 경기 과천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 오피스텔 등에서 이 같은 위법거래가 다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 수요가 규제 사각지대인 100실 미만 오피스텔로 몰리면서 ‘초피(분양권에 붙는 첫 웃돈)’가 수천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도 이른바 ‘떴다방’을 통한 다운거래가 상당수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지만, 100실 미만은 예외를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96실을 모집한 신길AK푸르지오는 12만591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312 대 1, 89실을 모집한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은 12만 명이 몰려 1398 대 1을 기록했다.
다운계약이란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한 가격보다 낮은 허위 가격을 적는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많다. 오피스텔 분양권을 소유권 등기 이전에 팔면 차익의 55%를 양도세로 내야 하는데, 실제 받은 웃돈을 적게 신고하면 매도자의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매수인 역시 취득가액을 줄여 취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한 중개법인 대표는 “지난해 오피스텔 분양권 거래에서 매도자 우위가 강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운계약을 받아들인 매수자가 많았다”며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떴다방 중개인들이 다운계약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매대금과 신고금액을 다르게 신고하면 거래 당사자에겐 실거래가의 2~5%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부족에 따른 풍선효과로 유사 주택 시장 수요가 늘어났지만, 관련 규제는 상대적으로 허술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의 경쟁률은 26.3 대 1로 아파트(19.3 대 1)를 넘어섰다. 201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오피스텔 경쟁률이 아파트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1월 한 달 기준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19.5 대 1로 여전히 아파트(15.9 대 1)를 앞섰다.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당첨 가점이 높아지자 가점이 낮은 20~30대들이 오피스텔 시장으로 몰린 영향이다.
반면 정보공개나 잔여 물량 처리 방식 등은 아파트와 달리 ‘깜깜이’로 이뤄진다. 분양권거래 신고의무가 없어 시장 적정가격을 파악하기 힘들고, 계약금 미납부 등으로 생긴 잔여 물량에도 공개청약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도심 공급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말 오피스텔 등 유사 주택 규제를 완화한 상황에서 청약규제 등을 강화하긴 쉽지 않다”며 “풍선효과 등으로 왜곡된 시장에선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