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시민단체들이 전쟁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등 392개 시민단체는 28일 서울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반인륜적인 범죄이며, 어떤 경우에도 무력 사용은 답이 될 수 없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즉각 철수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참석해 현지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30년 거주하며 선교 활동을 펼쳤던 김평원 씨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참혹한 전쟁과 잔학행위가 일어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러시아는 즉각 침공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독일을 거쳐 귀국한 김모씨(64)는 “피난 행렬이 길어 현지 교민들이 탈출에 애를 먹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27일 돌아온 한 교민은 폴란드를 거쳐 한국으로 오려고 했는데, 피란 인원이 많아 평소 자동차로 8시간 걸리는 거리를 40시간 걸려 도착했다”며 “가까스로 도착한 폴란드 접경지역이 아수라장이라 포기하고 루마니아로 차를 돌려 겨우 귀국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가족과 친구를 두고 온 이들의 걱정도 이어졌다. 러시아에 인접한 도시 하르키우에 아버지가 남아 있다는 박스탠 씨(29)는 “아버지가 도시에 남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는 국내에 있는 우크라이나인 3800여 명의 체류기간을 당분간 연장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법무부는 “우크라이나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국내에서 지내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은 총 3843명이다. 우크라이나인 중 체류기간 연장이 어려워 기한 안에 출국해야 하는 처지였던 사람은 이제부터 국내에 머물기를 희망하면 임시 체류자격으로 변경된다.
주로 졸업과 연수 종료로 학업 활동이 끝난 유학생이나 최장 90일까지만 머무를 수 있는 단기 방문자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체류뿐만 아니라 취업도 허용받는다. 법무부는 이미 체류기간이 지난 사람에 대해서도 당분간 강제 출국을 지양하기로 했다.
이광식/김진성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