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28일 조사 방식이 다른 2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정례 조사인 ARS(자동응답) 100% 조사와 별개로 전화면접 100% 조사를 한 것이다. 결과는 큰 차이가 났다. ARS 조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펼쳤지만,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 금지 시한(3월 3일)을 앞두고 난립하는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가 선거의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KSOI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ARS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3.2%, 윤 후보는 45.0%로 윤 후보 우세의 접전을 보였다. 하지만 전화면접에서는 이 후보가 43.8%, 윤 후보는 36.1%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밖 우위를 점했다. 이용구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직접 조사원과 통화하는 전화면접에서는 집권당 지지자의 응답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화면접 조사에서 스스로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는 27.0%로, ARS 조사 때 진보 응답률(25.5%)을 웃돌았다. 반대로 보수 응답률은 전화면접에선 30.3%, ARS 조사에선 34.9%였다.
기존 정례 조사와 별개로 전화면접 조사를 한 이유에 대해 KSOI 측은 “현재 여론 지형을 다각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값이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알려 여론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같은 날 같은 기관에서 다른 조사 방식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두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건 추세”라며 “기존 조사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가 동시에 나온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계에서는 ‘폴리서치(politics+research)’가 여론조사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회사가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조사가 중립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여론조사회사 A는 여권 유력 정치인 B씨를 따르는 인물들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KSOI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본부장을 지낸 곳이다.
이날 여론조사회사 윈지코리아컨설팅 박시영 대표는 SNS에 2030 청년층을 향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안이라 말할 수 있겠나. 대통령감이 아님을 그대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다. 이 여론조사회사를 설립한 이근형 씨는 이재명 캠프 미래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일부 폴리서치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여론조사회사 대표라도 정치 이력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