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초보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났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브라질의 정치사를 거론했다. 그는 "부패 검찰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보복해 경제 대국이던 브라질의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8일 경북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유세를 진행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즉석연설에서 이 후보는 "똑같은 공무원과 세수를 갖고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역량"이라며 "브라질을 봐라.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세계 8대 강국이 됐지만 부패 검찰이 대통령에게 혐의를 덮어씌우고 구속했더니 확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브라질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나"며 "정치인이 공직자를 얼마나 잘 통솔하고 지휘해서 일을 해내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치보복' 논란 및 정치적 경력 부족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 후보는 "리더가 전문가들의 머리를 빌려고 해도 (스스로가) 빌릴 머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윤 후보가 정치 경력 부족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일을 맡기고 그들을 신임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가 이날 언급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 임기를 수행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도 80%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퇴임 이후 그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룰라는 이후 작년 3월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자신에게 선고된 모든 실형을 무효화시키면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당시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당시 룰라의 재판에 참여했다 판검사들 간의 담합 의혹을 인정하며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현지 언론은 판검사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전 암호화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룰라는 "나는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보복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포항=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