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와 도매시장에서 양파값이 폭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는 와중에 양파 가격만 급락하는 것이다. 제주 서귀포, 전남 고흥 등 산지에선 조생양파 출하를 앞두고 밭 갈아엎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17만t이 넘는 재고 양파가 창고에 쌓여 있는데도 대형마트 등의 소비자 가격은 별 변화가 없어 유통구조 문제점도 여전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양파 도매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5% 떨어졌다. 이런 ‘양파 파동’은 대량 소비처의 수요 감소에다 빗나간 전망이 겹친 탓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급식과 식당 소비량이 줄어든 것도 무시 못할 요인이지만, 정부 예측이 어긋난 게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값이 오를 것이라며 1만t 비축 결정까지 내렸다. 2020년 ㎏당 500원대에서 지난해 초 2000원으로 뛴 데다, 중만생종 재배면적이 17%가량 줄 것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예측이 근거였다. 하지만 이때도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 같은 민간 예측지수는 양파값 하락을 예상했다. 정부 예측을 믿은 농민만 또 곤경에 처한 셈이다.
농식품부는 보조금을 통한 출하량 조절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과잉 생산 때마다 정부 수매 확대, 다 지은 농사 갈아엎기, 소비 촉진 캠페인 같은 임기응변책으로 때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과잉 생산과 가격 폭락, 이듬해엔 생산 부족에 따른 폭등’이라는 냉온탕 농정(農政)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마늘부터 한우까지, 기본 식량 모두 주먹구구 농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농가는 농가대로 불안하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편해진다. 정부 전망을 믿고 수박·딸기 농가도 양파를 심었다니 딸기 가격은 또 어떻게 될까.
농업에선 ‘정보기술(IT) 강국’ 면모를 보기 어렵다. 정부가 가격 전망에 자신 없으면, 여러 해 수확량·거래량·가격·기상정보와 일일 거래 데이터로 가격동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내다보는 민간자료라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기반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팜에어한경지수가 그런 지표다. 농식품부가 보조금 관리에 급급하고, 기업농 진입을 계속 막으면 또 어떤 품목에서 양극단의 가격 파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부터 ‘애그플레이션(농산물값 폭등)’ ‘식량 무기화’ 등의 전망이 나온 터여서 “수입하면 된다”는 말도 함부로 못하게 됐다. ‘농업은 6차 산업’이라며 의지를 보였던 농식품부 시계는 앞으로 가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