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광물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모스 경도계(Mohs hardness scale)’ 최고 등급인 10등급에 해당한다. 다이아몬드 공구는 작은 알갱이 형태의 공업용 다이아몬드 입자를 다양한 금속 분말과 섞어 금형에 넣은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다.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공구의 날을 구성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고 내구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다이아몬드 공구 전문기업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의 김재희 대표는 “현대 제조업 흐름상 가공이 힘든 난삭재(難削材) 사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다이아몬드 공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세계 1위 다이아몬드 공구 기업을 일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화다이아몬드는 국내 1위, 세계 4위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기업이다. 제품 종류는 단단한 화강석을 평평한 판재로 자를 때 사용하는 톱날(gang saw)부터 0.01㎛(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후면 가공용 휠까지 3만 종이 넘는다. 광물 시추부터 건설 자동차 항공 반도체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매출 구성은 수출 60%, 내수 40%가량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블랙앤데커, 일본 도요타 등 세계적인 제조기업 대부분이 고객사다. 수출국은 세계 90여 개국에 이른다.
이화다이아몬드는 작년 매출 3360억원에 영업이익 267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8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대에서 8%로 뛰어올랐다. 일본과 유럽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물류 대란과 공장 셧다운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동안 이화다이아몬드는 국내 공장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공장들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
이화다이아몬드는 김 대표의 부친 김수광 회장이 1975년 설립했다. 이화는 회사와 고객 등 다른 두(二) 집단이 화합(和)해 서로 돕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김 회장은 동료들과 함께 다이아몬드 공구 국산화에 성공했다. 1982년 석재 절단용 톱날을 미국에 수출하며 해외 판로를 개척했다. 이화다이아몬드의 공구들은 1995년 서울 광화문 조선총독부 중앙청 첨탑 철거부터 2003년 청계고가 철거까지 역사적인 순간의 현장에도 있었다.
이화다이아몬드는 창사 이후 47년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도 견뎌냈다. 이화다이아몬드의 사업부 구성이 안정적인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화다이아몬드는 크게 반도체 등 전자사업부와 자동차 등 정밀가공사업부 그리고 건설·석재사업부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각 부서는 영업부터 연구개발 인력까지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고객사가 많고 아이템이 다양해 리스크가 분산된다는 특징이 있다. 자동차산업이 불황일 때 반도체 등 호황기인 다른 산업이 벌충해주는 식이다.
김 회장의 딸인 김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2010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과 설비 증설에 주력해 앞으로 100년 이상 가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오산=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