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해상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16년 5위권에 머물렀던 물동량 순위가 2위까지 올라갔다.
27일 클락슨리서치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운용한 선박 수는 95척으로, 전체 자동차 선사 중 2위를 차지했다. 일본 NYK가 105척, 일본 MOL이 85척, 일본 K-LINE이 75척, 유럽 EUKOR이 71척으로 차량을 운송했다. 2020년엔 1위인 NYK(100척)와 현대글로비스(86척)의 선대 차이가 14척이었으나 지난해엔 10척으로 격차가 줄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선두 다툼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6년 이 회사의 운용 선박은 54척에 불과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늘리며 매년 운용 선박을 확대해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으로 7척가량을 새로 짓거나 장기 용선할 계획이다. 반면 일본 선사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운용 선박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2~3년 내로 자동차 해상물류 시장의 ‘맹주’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가 올 들어 맺은 완성차 업체와의 운송 계약 건은 5건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많다. 유럽 완성차 업체 두 곳, 미국 완성차 업체 등과 2024년까지 운송 계약을 맺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기아 이외 고객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경쟁력으로 전기차 해상운송 서비스, 주요 항만에 마련한 전용 선착장 등을 꼽는다.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전소할 때까지 끌 수 없고,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어 화물선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감안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 상태, 전기차를 선적한 데크의 온·습도를 세밀히 관리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자동차 운반선 펠리시티에이스호가 운항 도중 화재 사고를 겪으며 현대글로비스의 특화 서비스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인이 아직 조사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운송 중인 전기차에서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