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런 기업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 우리는 지금쯤 어마어마한 회사가 돼 있었을 겁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국내 헬스케어 업체 에보소닉(대표 최재영)의 부스를 찾은 미국인 바이어가 한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검색어가 치유, 마음의 안정 등이며 에보소닉의 사운드테크놀로지가 이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영국 스위스 캐나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의 기업들과 사업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음파 평가법에 대한 글로벌 표준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눕기만 해도 잠이 솔솔
에보소닉의 대표 제품으로는 음파진동 방석인 ‘닥터스파 사운드 웨이브 쿠션’이 꼽힌다.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은 ‘음파진동 방석’은 배뇨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빈뇨, 소변을 보고 싶어지면 참지 못하고 심하게 요의를 느끼는 절박뇨 등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요실금과 여성의 질 건강, 남성의 발기 부전 문제를 음파 마사지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한다고 강조했다.
에보소닉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골반근육운동(케겔운동)과 회음부 마사지를 통해 앉아 있기만 해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중년에 들어서면서 흔해지는 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기 전에 자체적으로 사전에 예방해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슬립테크(수면+기술) 스마트 베개 ‘에보슬립’도 주목받고 있다. 에보슬립은 음파진동 경추 베개다. 기능성 경추 베개에 정보기술(IT) 특허를 받은 음파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다. 에보슬립은 고밀도 메모리폼을 활용해 경추를 지지하고, 베개 내부 센서로 수면 중 호흡과 머리의 좌우 움직임을 측정한다. 이를 분석해 수면 유도 파장을 전달한다.
음파 진동기술은 가청 주파수대의 음향(20㎐~20㎑)을 파동으로 출력해 60~65% 수분으로 이뤄진 인체를 매질 삼아 음향 파동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런 과정에서 체내 혈액 순환이 개선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체감형 명상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뇌신경의 안정화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잠자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최근 슬립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선진국 성인 3명 중 2명은 잠 자는 시간이 하루 8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수면 시간은 더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의 성인들은 증조부 세대보다 하루 평균 2시간 적게 잠을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인 3명 중 1명 이상은 하루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은 다양한 질병의 발병 확률을 높여 매년 미국 경제에 연간 4000억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서치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20년 세계 슬립테크 기기 매출이 125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7년에는 이 규모가 세 배 이상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보소닉의 마사지기 ‘소닉스칼프’는 110㎐의 부드러운 음향 파동을 이용하는 제품이다. 얼굴, 두피, 몸 등 신체 부위에 맞춰 음파를 발생시킨다. 진동 세기 또한 3단계 조절이 가능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소닉스칼프는 유럽안전관련통합인증(CE) 및 KC안전인증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방수등급 IPX7을 취득해 샤워하면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며 “마사지 부위에 따라 음파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부드럽게 마사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 시장 개척에보소닉은 기존의 전기자극, 자기장, 진동, 초음파 등과 차별화된 음향 진동을 사용한다. 자체 개발 모듈을 활용해 신개념 제품을 생산하는 헬스케어 전문회사로 평가받는다. 모든 제품이 일반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소리의 진동을 사용하는 기법으로 최적화됐다. 에보소닉 헬스케어 시스템은 자연스러운 소리의 진동을 인체에 직접 전달한다. 기혈 순환과 세포 활성화를 도와 인체의 통증 완화와 함께 노화된 피부 및 손상된 근육, 인대, 뼈, 관절의 빠른 회복을 유도한다. 또 신체 감각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인 음향·진동 모듈은 부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강원도가 진행한 소재·부품·장비 지원 사업을 통해 음파 진동의 정량적 평가 기준도 확보했다. 또 음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량적 평가 방법을 마련해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디지털 치료 및 전자약 시장 개척에 나섰다. 약물이나 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효과적인 자극으로 신경과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노화를 방지하고 신체의 퇴화를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에보소닉은 이를 위해 글로벌 치매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과 공동으로 치매의 진행 속도를 줄이기 위한 신개발 의료기기 개발에 착수했다. 해당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新)의료기기 허가 도우미’ 사업에 선정됐으며 인허가를 위한 개발 및 임상을 추진 중이다.
에보소닉은 지난 10여 년간 기술력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2021년 초부터는 신경 및 세포 재생 관련 분야 연구에 집중했다. 서울대 면역의학연구소에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와 콜라겐,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되는 음파 자극 방법도 발견했다. 미용 시트와 샴푸 시트, 에스테틱 베드에 스마트 기반의 음향 진동 시스템을 접목해 미용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홈 헬스케어 기기는 건강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몸매를 가꾸기 위한 각종 홈 트레이닝 기구의 수요가 늘었다. 갱년기 여성 질환을 스스로 관리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음파진동 마사지기 품목이 관심을 받고 있다. 최재영 에보소닉 대표는 “에보소닉이 지향하는 디지털 치료 개념의 전자약 시장 진입이 이제는 꿈과 목표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더 많이 투자해 좋은 임상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도 속도에보소닉은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이아이네이션, 디신통코리아와 인공지능(AI) 기반 글로벌 제조·유통 플랫폼인 ‘글로벌 AI 코크리에이션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AI 건강 및 미용 관련 기기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유통하기로 했다.
에이아이네이션은 서울대 수치계산 및 영상분석 연구실(NCIA)과 딥러닝 연구개발(R&D) 인력이 창업한 산업 AI 플랫폼 기업이다. 디신통코리아는 중국 최대 휴대폰 전문업체인 디신통의 자회사다. 중국 본사와 한국 내 온·오프라인(O2O) 연계 판매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내에는 1만2000여 개 매장과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3만여 개 상품을 유통하고 있다.
글로벌 AI 코크리에이션 플랫폼은 신제품 개발, 시장 조사, 시제품 테스트, 크라우드펀딩, 제품 유통의 전 과정을 글로벌 현지 고객 참여와 AI 분석을 통해 진행하는 플랫폼이다. 시제품 단계부터 글로벌 현지의 잠재 고객을 참여시켜 피드백 데이터를 얻고, 다각적인 AI 예측 분석을 통해 디자인·제조·마케팅·유통 등의 과정을 진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 트렌드와 문화를 반영한 최적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가능하다”며 “현지 시장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보소닉은 또 국내 미용 시장 O2O 강자로 불리는 비에이치엘과 함께 개발 중인 음향 진동 기기를 디신통의 중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