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직연금 투자시대가 열린다.' 퇴직연금 관련 기사를 꾸준히 읽은 분이라면 한번쯤 이런 문구를 접하셨을 겁니다. 왜 올해부터 퇴직연금 투자가 활발해진다는 걸까요? 바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이 예정돼있기 때문입니다. 이 디폴트옵션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습니다.
▶디폴트옵션이 대체 뭐길래?디폴트옵션은 이른바 ‘퇴직연금 방치 방지 제도’입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일정 기간 적립금을 방치해두면 자동으로 미리 지정해놓은 포트폴리오에 따라 적립금을 굴려주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저금리 환경에서도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사실상 방치돼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고, 은퇴 후 충분한 노후 자금을 손에 쥐기가 힘들죠.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게 디폴트옵션입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DC형 퇴직연금과 비슷한 '401K' 제도에 2006년부터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는데, 투자 수익으로 안락한 노후를 즐기는 '401K 백만장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6월부터 바로 시행되나아닙니다. 관련 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일은 올해 7월 12일입니다.
작년 12월 말에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이르면 2022년 6월부터 시행'이라고 내다봤지만, 법률안 공포일로부터 6개월 경과 후 시행이라 7월 12일부터 법안이 효력을 갖습니다.
실제 디폴트옵션의 혜택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금융사들의 실무 준비 작업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가입자가 아무 것도 안 해도 퇴직연금 굴려준다?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손을 놓는 게 아니라, '미리' 운용 지시를 내려놓는 방식입니다.
퇴직연금 운용 지시 없이 4주가 지나면 금융사는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한다고 가입자에게 통지합니다. 통지 이후에도 별도의 운용 지시 없이 2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을 적용합니다.
어떤 상품에 얼만큼 투자할지, 상품별로 운용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가입자가 투자 성향에 따라 미리 지정해야 합니다.
▶무조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건가?아닙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 디폴트옵션 대상 상품입니다. 은퇴 예정 시점,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해 운용 전략을 짜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들을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을지를 알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품별 구체적인 디폴트옵션 대상 여부는 추후 구성될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품명에 디폴트옵션용 상품이라는 걸 표시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펀드에 'Cp', 연금저축으로 가입 가능한 펀드에 'C-P'가 붙듯이 클래스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