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대형사고가 속출하면서 산업계가 ‘중대재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가 터지면 수사권을 가진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물론 소방청, 환경부, 지방자치단체까지 달려들어 수사·조사를 벌이고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정상 업무는 꿈도 못 꿀 처지다.
고용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25일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고는 7건이다. 지난달 29일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요진건설의 경기 성남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여천NCC의 전남 여수 공장 폭발, 두성산업 경남 창원 공장 독성물질 중독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로 인해 12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당했다.
이들 기업은 사고 직후부터 관련 기관의 대대적 수사·조사를 받고 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현장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그 결과 삼표산업과 요진건설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건너뛰고 곧바로 대표가 입건됐다. 법 시행 전부터 제기된 ‘한번의 사고로 최고경영자(CEO)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검찰과 법무부까지 나서 “중대재해에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이런 움직임이 기업 가치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중대재해가 터진 상장기업과 연관 상장사들은 대부분 주가가 급락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막대한 후폭풍을 직시한 기업들은 사고가 났을 때 초동 대응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 로펌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대형 로펌 중대재해 담당 변호사는 “법 시행 전엔 주로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사고 후 대응 방안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성/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