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결렬'로 이재명·윤석열 다시 초접전…與野 모두 安만 본다

입력 2022-02-25 17:28
수정 2022-02-26 01:2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남짓 남겨두고 나온 8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대부분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지만, 한 주 만에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는 가운데 야권 단일화 실패에 대한 윤 후보 책임론이 불거진 결과로 분석했다. 남은 대선 기간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 역시 단일화라는 관측이다. ◆尹, 오차범위 밖 우세에서 초박빙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38%, 윤 후보는 37%였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반면 윤 후보는 4%포인트 내려갔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7%포인트에서 이번에 1%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였다. 같은 날 나온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이 42.3%, 윤 44.2%)와 리서치뷰(이 41%, 윤 46%) 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를 벌였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엠브레인, 코리아리서치, 미디어리서치 등 5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들 8개 여론조사 중 6개는 직전 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한 주 만에 모두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현안에 민감한 중도층에서 지지율 변화가 두드러졌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양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주 이 후보 32%, 윤 후보 39%였지만 이번에는 이 후보 40%, 윤 후보 34%로 역전됐다. 최대 현안인 야권 단일화 결렬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열세였던 이 후보를 향해 진보 진영의 결집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까지 내심 ‘승기를 잡았다’고 하던 국민의힘 내에서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점, 이 후보에 대한 악재와 의혹이 계속 나오는 점 등을 들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벌써부터 논공행상을 말할 게 아니라 선거운동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도 “최종적으로 결과가 뒤집히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모른다’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별한 실수 없이 남은 기간 점수를 차근차근 쌓아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단일화 올인’, 민주당 ‘견제’다만 국민의힘으로선 지지율 격차 축소가 오히려 단일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진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이제는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직접 만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안 후보를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의중을 주위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조율만 이뤄진다면 이번 주말 단일화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오는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에 실패하더라도 윤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거일 직전까지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국민 열망인 정권교체를 위해 안 후보를 끝까지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 지지율 하락은 윤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악재’가 될 수 있는 야권 단일화를 최대한 견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안을 내놓으며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역시 이런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