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달 만에 어떻게 처리될지 짐작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태의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의 법리 해석 결과에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고용부가 행여 ‘법 시행 초기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공명심에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전자제품 부품기업 두성산업에서 16명의 직원이 세척제에 포함된 물질에 급성 중독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처음 발생한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중대재해’다.
중대재해법은 같은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문제는 이번에 발생한 급성중독이 법 시행 전부터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선 “직원들이 급성중독을 야기한 물질에 노출된 시점이 법 시행 이후여야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부분이다.
지난 15일 국민의당 선거 유세 버스에서 운전기사와 당직자가 사망한 사건의 경우 고용부가 중대재해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이 된 발전기 부착과 버스 개조를 실행한 주체는 버스 임대 업체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당의 요청에 의한 것이어서 안전 확보 의무를 방기한 주체를 어느 곳으로 봐야 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5일 쿠쿠홈시스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사건은 이를 중대재해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모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노동조합이 ‘중대재해법 위반 가능성’을 빌미로 사고가 터진 기업은 물론 원청사까지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두성공업이 LG전자에 에어컨 부품을 납품한다는 이유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남본부가 “LG전자를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게 그런 사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최근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쿠팡에 대해 “중대재해법으로 수사하라”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상황은 법 시행 이전부터 우려한 점이기도 하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과거 통상임금 소송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주요 법 제정 및 판례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가라앉는 데 최소 수년이 소요됐다”며 “산업안전 분야에서 불어닥친 경영상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성/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