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겨누던 러시아군이 끝내 ‘레드 라인’을 넘어서자 세계 주식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러시아의 공격에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불안감이 커진 시장에선 안전 자산인 금값이 급등하고 암호화폐가 급락하는 ‘방어 태세’가 한층 강화됐다. 국내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처음으로 1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공포에 투자하는 ‘거꾸로 전략’으로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예기치 못한 전쟁 상황이 마무리될 경우 가파른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순 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3.32% 급락24일 코스피지수는 2.60% 내린 2648.80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15일 이후 7거래일 만에 270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단행한 영향이다.
오후 들어 외신 등을 통해 구체적인 공습 내용이 전해지면서 장 막판으로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코스닥지수 역시 3.32%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다만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대성에너지(29.82%) 등 에너지 관련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휘청였다. 오후 들어 급락하기 시작한 중국 상하이지수는 1.7%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도 3% 넘게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81% 내린 채 마감했다. 공습 후 열린 러시아 시장은 장중 50%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확대되며 코스닥지수가 3% 이상 하락했다”며 “러시아 제재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 확대에 미국 시간 외 선물도 2%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가격도 줄줄이 떨어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만4893달러로 전날 대비 8.37% 급락했다. 지난달 25일 후 한 달 만에 3만5000달러 선이 깨졌다. 시총 상위 코인들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3월까지 혼란 지속될 수도전쟁 공포가 확산된 이날 국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조정 후엔 반등이 찾아온다고 예상한 개미들이 공포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이란 예기치 못한 변수 앞에선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공포로 인해 급락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전쟁과 같은 이슈로 증시 전반이 출렁일 땐 섣불리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쟁 가능성까지 선반영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 하락세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지정학적 위험 고조가 불가피하지만 전면전이나 극단적으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낮다”며 “서방이 고려하는 정치적·경제적 제재 수단이 러시아의 행동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고, 미국과 달리 유럽 국가들 사이에 러시아 제재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난 뒤 낙폭 과대 성장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업종의 강세가 좀 더 갈 수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당장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3월의 혼란기를 지나면 2분기엔 낙폭 과대 성장주를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재원/이인혁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