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년 만에 100弗 돌파…"에너지 슈퍼 스파이크 온다"

입력 2022-02-24 17:24
수정 2022-02-25 01:0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국제 유가가 8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2020년 8월 후 최고치로 뛰었다.

24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은 전날보다 9% 이상 급등하며 장중 배럴당 105달러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한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금 선물 가격 역시 장중 전날보다 약 3% 오른 트로이온스당 1976달러를 돌파했다. 팬데믹 공포로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2020년 이후 1년6개월여 만이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슈퍼 스파이크(대폭등)’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리 커리 글로벌 상품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슈퍼 스파이크가 발생할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는 데다 유가뿐만 아니라 모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고공행진하는 유가를 잠재우기 위해 동맹국과 공조해 전략비축유(SPR)를 추가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비축유 방출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비축유를 방출하는 쪽으로 의견이 강력하게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유를 방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고려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다른 나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비축유 방출까지 고려하는 것은 지난달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범은 고유가였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가장 상승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갤런당 4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현재 갤런당 3.54달러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를 잡지 못하면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을 장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작년 11월 미 정부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박을 낮추기 위해 비축유 5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으며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동맹국도 동참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WTI 가격은 올해 들어 22% 이상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계속되면 올해 중반에는 브렌트유 기준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맹진규/안정락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