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옷을 사고 싶은데 결제하는 법을 모르겠다는 어머니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여성 패션앱 ‘퀸잇’을 창업한 최희민(사진 오른쪽)·홍주영 라포랩스 공동대표는 서울대 학부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경영학과 08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대학 시절 경제뉴스 큐레이션·온라인 화초 판매·데이트앱 등의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최 대표는 24일 당시의 실패 원인에 대해 “단기적인 수익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사업아이템을 찾던 최 대표는 2020년 9월 어머니와 같은 중년 여성을 위한 패션앱에 도전했다. 그는 “당장 돈이 되는 것보다 시장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년 패션플랫폼의 ‘여왕’ 등극
그동안 중년 여성 온라인 패션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10~20대 중심의 의류 큐레이션과 복잡한 결제 시스템은 중장년 여성들의 온라인 쇼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퀸잇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중년 여성을 온라인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 대표는 “40~50대 홈쇼핑을 이용하는 여성 소비자가 퀸잇의 타깃”이라며 “이미 홈쇼핑 이용자의 상당수를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퀸잇은 서비스 출시 이듬해인 지난해 말께부터 월 거래액 기준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1분기 64만 건이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1년 만에 350만 건으로 늘었다.
이달 초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396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36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퀸잇 돌풍에 백화점과 홈쇼핑 등 기존 유통채널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과 홈쇼핑에서 옷을 구매하던 중년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대거 넘어왔기 때문이다. 공동창업자인 홍 대표는 “40~50대 여성의 비대면 유통채널인 홈쇼핑 시장 규모는 20조원”이라며 “이 중 7조원 규모인 패션·뷰티 시장의 상당 부분을 빼앗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4050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퀸잇은 중년 여성을 위한 첫 패션 큐레이션앱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에 ‘원피스’를 검색하면 10~20대가 입는 저렴한 옷이 나와 40~50대가 살 만한 옷이 없다”며 “쉬즈미스 주크 퀸스타일 등 브랜드 상품을 낮은 수수료(18%)로 들여온 게 성공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접근이 어려워진 상황이 이들에게 기회가 됐다. 2년 전 40~50대 온라인 쇼핑 결제율은 50% 정도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70~80%까지 올라갔다.
최 대표는 “이제는 온라인 결제를 못하는 중년 여성이 드물 정도로 온라인 문맹에서 벗어났다”며 “다만 아직 온라인 쇼핑에 뛰어들지 않은 중년 여성이 많은 만큼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중년 여성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고 한다. 자녀 교육 투자 등으로 자신을 꾸미는 데 소홀할 것이란 선입관이 깨졌다.
홍 대표는 “최근 건강 수명이 늘어나면서 중년 여성들도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커졌다”며 “이용자 중에서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옷을 사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퀸잇은 투자금액을 전부 재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다음달부턴 TV광고도 시작한다. 무신사와 카카오스타일 등의 패션 플랫폼이 속속 중장년 여성패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신규 패션 브랜드를 발굴하는 데 50억~100억원을 사용하고, 정보기술(IT) 인력 충원에 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명품과 골프웨어 등 카테고리를 계속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