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m 여의도 上空으로 무한 상상력이 솟는다

입력 2022-02-24 16:53
수정 2022-02-25 02:28

서울 여의도 63빌딩 최고층인 60층. 해발 240m 높이의 이 공간에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63아트 얘기다. 이곳에서는 벽에 걸린 미술 작품들과 함께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여의도와 한강 일대의 빼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1985년 63빌딩 건립 이후 줄곧 전망대로만 운영되던 최고층에 미술관이 들어선 건 2008년 7월. 당시 63빌딩을 운영한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63시티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을 짓겠다”며 이곳을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63빌딩은 해외 관광객이 꼭 봐야 하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꼽힌다”며 “서울의 전망과 미술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해 미술문화 발전과 국제 미술 문화 교류에 기여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전망대 구석 한편의 공간을 내주고 구색만 맞춘 ‘무늬만 미술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63아트는 서울시에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돼 있다.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하려면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미술 작품을 100점 이상 소장하고, 학예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학예연구실과 교육실,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수장고 등도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사립미술관은 서울 전체를 통틀어 30여 곳에 불과하다.

미술관 너비는 약 826.4㎡로, 관람객들은 출입구를 거쳐 전용 전시공간 다섯 곳과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나 기념촬영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미디어존 두 곳을 둘러보게 된다. 이 중 핵심은 대형 유리창을 통해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에릭 스튜디오’다. 벽면의 예술 작품과 창문 너머 펼쳐진 풍경이 어우러져 다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63아트는 세련된 전시를 선호하는 20~30대 관객들과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등 63빌딩을 방문하는 주 고객층을 겨냥한 전시를 주로 연다. 2019년 예술가 그룹 팀보타가 이곳에서 연 ‘팀보타63’은 꽃과 미디어아트, 홀로그램, 향, 음악 등을 활용해 자연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전시다. 2020년에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의 작품을 내건 ‘뮤지엄 오브 컬러 63특별전’이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지금은 스웨덴 사진작가 에릭 요한손(37)의 개인전 ‘Beyond Imagination(상상 너머)’이 열리고 있다. 갖가지 연출과 스케치,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만들어낸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작품들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서울 전망과 함께하는 전시공간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작가의 철학과도 잘 어울린다. 이런 매력 덕분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누적 관람객 11만 명을 기록했다.

미술관 운영 시간은 매달 달라진다. 2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63아트 관계자는 “일몰 직전에 63아트를 방문하면 낮과 낙조, 야경을 모두 즐길 수 있다”며 “퇴근길 올림픽대교를 지나는 차량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띠를 감상할 수 있는 오후 6시도 추천 방문 시간대”라고 귀띔했다. 입장료는 1만5000원,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